사상 최악의 전력 수급 난이 예고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거래소에서 냉방기와 실내조명 모두를 끈 채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사상 최악의 전력 대란에 대한 우려 속에 공공기관의 냉방기 사용을 중단하는 등의 고강도 절전 지시가 내려지자 정부 및 지자체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무더위와 씨름하며 힘겹게 업무를 보고 있다.
12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는 공무원들이 연신 땀방울을 닦아내고 있었다. 잠깐씩 나오던 냉방기가 오후부터는 일시에 꺼지면서 사무실은 찜질방을 연상케했다.
복도에 불이 꺼져 어두컴컴해지자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 공무원은 "정부의 에너지 절약제도도 좋지만 주요 업무를 보는데 지장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 불까지 끄니 눈도 아프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제개편안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긴박하게 돌아간 청와대도 "푹푹 찐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며 팔을 걷어 붙인 공무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사상 최악의 전력 수급 난이 예고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거래소에서 냉방기와 실내조명 모두를 끈 채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도 찜통은 마찬가지였다.
에어컨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가만히 있어도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직원들은 부채를 연신 부치거나 수건에 찬물을 적셔와 이마와 목을 닦아내느라 애써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건강보험공단은 건물 전체가 소등돼 직원들이 힘겨워 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절전을 실시하고 있었기에 "더위에는 항체가 생겼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사무실 불까지 꺼지니 어둠 속에서 제대로 업무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 직원은 "더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불은 켜야 업무를 볼텐데…"하고 답답해했다.
서초동도 무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대검찰청에는 이날 점심시간 이후 모든 전기와 냉방 가동이 중단됐다. 복도와 사무실은 물론 기자실도 불이 꺼졌다. 승강기도 두대만 작동하고 모두 꺼놓은 상태다. 직원들은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에 말그대로 '초주검 상태'로 더위와 씨름하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시 신청사는 설계상 창문이 밖으로 직접 통하지 않아 직원들이 더욱 힘들어했다. 바람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에어컨을 끄니 마치 "극기훈련"을 연상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공무원은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도저히 일할 수 없다. 빨리 끝나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살인적인 더위에 고개를 내저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최악의 전력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공공기관과 민간부문에 걸쳐 강도 높은 절전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