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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자녀ㆍ주택투자' 후순위로 미뤄라

    • 2013-12-09 11:09

    주효앙의 Let's make Money

     

    일하는 사람은 언젠가 은퇴한다. 은퇴를 꾸준히 준비했다면 걱정 없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불안감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낙심하지는 말자. 지출 패러다임을 바꾸면 '돌파구'가 예상 외로 쉽게 생길 수 있다. 자녀 교육비, 주택 구입비부터 줄이라는 얘기다.

    60대 고객 A씨의 이야기다. 직장에서 은퇴한 고객은 매월 나라로부터 국민연금 60만원을 지급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택연금 80만원, 즉시연금은 90만원을 받는다. 그의 수중에 들어오는 연금은 총 230만원. 적지 않은 돈이지만 노후를 대비하기엔 애매했던지 필자를 찾아왔다. 2011년의 일이었다.

    당시 고객이 보유한 현금은 3억원. 자녀의 결혼자금을 제외한 금액이었다. 그는 그 돈을 즉시연금에 넣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일시에 넣고 매월 연금을 받는 것이다. 미처 개인연금저축 등에 가입하지 못한 은퇴자에게는 유용한 대안이다. 필자는 고객에게 2011년 이후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이 의견을 수용해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당시 감정가 4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은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A씨의 아파트는 3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1억원가량 값이 떨어졌는데도 아파트는 팔리지 않고 있다. 만약 지금에 와서 주택연금에 가입했다면 2년 전보다 받는 연금수령액(80만원)이 줄었을 것이다.

    당시 즉시연금은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는 상품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2억원까지만 비과세혜택이 주어진다. 국민연금도 2년 전과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국민연금은 향후 수령액이 얼마나 더 줄어들지, 수령시점이 얼마나 더 늦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더 이상 노후를 대비하는 효자 종목이 아니다.

    50대 초반의 B씨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10년 전 변액연금(일시납)에 가입했고, 올해부터 매월 3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 간 발생한 수익은 원금의 2배에 달한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저금리시대를 대비한 것이 지금에 와서 빛을 발한 것이다. 그의 비법은 간단하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형 변액연금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B씨는 세금 한푼도 내지 않고 매월 300만원의 연금을 평생 받는다. 예상보다 일찍 은퇴한 B씨는 현재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노후대비.' 참 막연한 단어다. 노후 걱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이 고민해왔지만 정작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헤매기 십상이다. 일부는 자녀의 교육이나 결혼을 위해 전 재산을 저당 잡히기도 한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매우 높고 자살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은퇴세대를 바라보는 젊은층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41% 이상이 취업과 동시에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능한 취업 이전이라도 (할 수 있다면) 노후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3%나 됐다.

     

    실제로 최근 대학생의 연금가입 문의가 많다. 일부이지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가 자녀의 연금가입을 알아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젊은이들이 노후준비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대 개인연금의 준비율은 약 20%에 불과하다. 10명 중 2명만이 개인연금이 가입한 셈이다.

    이런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은이들이 현실에 쫓겨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았을 때 닥칠 위험에 공감하지만, 당장 눈앞의 결혼과 주택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선뜻 실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둘러보자. 오늘날 금융환경은 개인이 자산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달리던 지금의 부모세대(더 정확하게)만 해도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벌 수 있었다. 고금리 덕에 은행에 적금만 넣어도 쉽게 돈을 불릴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부동산은 더 이상 상승할 여지가 없다. 주택의 실수요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저금리도 문제다.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탓이다. 정황상, 금리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몇 년 안에 일본과 같은 '제로금리 시대'가 열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언급한 바와 같이 시간이 갈수록 모든 금융환경이 소비자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비과세혜택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정부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이 유일한 자산인 베이비부머가 기대던 주택연금은 해마다 예상 연금수령액이 줄고 있다.

    논란의 대상인 국민연금은 법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65세에 받기로 한 연금이 70세에 나올지, 영원히 안 나올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만이 아니다. 안정적이라고 여긴 공무원연금도 개혁안 준비에 들어갔다.

    저금리 시대엔 '복리효과' 노려야

    이런 상황에서 노후 대비를 늦춰선 안 된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진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에게 남은 무기는 '시간'뿐이다. 은퇴를 코앞에 둔 베이비부머 세대는 서둘러서 현재 누릴 수 있는 모든 연금제도를 활용해 자산을 통일하는 것이 좋다. 일하지 않고도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혼도 해야 하고, 주택도 마련해야 하는 젊은층은 지금부터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자녀도 키워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실하게 노후대비에 힘쓸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평균수명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장수시대' '100세 시대'란 말이 일상용어가 돼버렸다. 얼마나 오래 살 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놔야 한다. 시간을 이용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복리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가치 크다. 경제상식에 비춰 볼 때 저금리가 유지되는 경우 주식은 꾸준히 성장하는 법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이 우상향일 때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우상향한다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주식시장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적은 수익일지라도 장기적으로 재투자하면 복리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얘기다.

    지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노후를 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녀를 위해 교육비로 지출하고, 주택마련을 위해 과도하게 지출하는 과거 습관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스스로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그다음에 자녀를 생각하고, 주택마련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RELNEWS:right}

    필자는 오래 전 고객과 상담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업무는 철저한 계획을 토대로 진행하면서, 내 인생에 대한 계획은 왜 등한시합니까." 이제는 모든 이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자. 그래야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행복한 꿈을 지켜줄 수 있다.
    주효앙 모네타 재무컨설턴트 joohyo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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