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사진=서울시 제공)
해당 부서의 장관이나 기관장, 혹은 CEO를 만날 때면 늘 대기하는 장소가 있다. 일명 '접견실'이라고 불리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장관실에는 이런 접견실이 마련돼있다. 장관이 찾아온 손님을 맞기 위해 따로 만든 공간인데, 찾아온 손님이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장관은 꼭 바쁜 일이 없더라도, 늘 5분정도 늦게 접견실 문을 열고 나타난다.
그러면 대기하고 있던 손님은 벌떡 일어나 장관과 의례적인 악수를 나누고 넓직한 응접세트를 마주 한 채, 서로 나눠도 그만 안 나눠도 그만인 얘기를 하며, 차를 홀짝 거린다.
그쯤 되면 차 마시는 시간조차 길게 느껴 질때가 있다. 장관과의 인사는 대개 그렇게 마무리된다. 이런 일이 늘 반복되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출입처가 바뀌면서 서울시청을 출입하게 됐다. 시장과 면담일정이 잡혔다.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도 그럴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접견실이라 생각하고 불쑥 들어간 곳은 의외로 그의 일하는 공간, 집무실이었다.
넓지도 않은 그의 공간은 온통 난장판이다. 책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 책상이 없는것이 아니라 책상이 서류더미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키보다 더 높이 쌓인 서류더미 사이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한 '그'가 나타났다. 주섬 주섬 주머니에서 명함을 찾아 건넨다.
엉겁결에 나도 주머니를 뒤져 명함을 찾았다. 앉으라며 권하는 자리는 보통 사무실에 있는 그런 응접세트가 아니다.
원목을 길죽하게 잘라 이어붙인 테이블이 있고 사무실용 의자가 몇 개 놓여있다. 아마도 회의를 위한 탁자같다.
마치 옥토버페스트에 어울릴 것 같은 긴 나무테이블이다. 맥주 한잔씩 놓고 건배하며 얘기하기 딱 좋은 거리다.
내 코앞에 앉은 서울시장과 그렇게 옆집 아저씨와 얘기하듯,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내년 신년사에서 박원순 시장은 유난히 소통을 강조했다. '불통'의 아이콘이 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의식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발언일 수 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접견실'이라는 공간은 소통을 한차례 방해하는 완충지대라는 사실이다. '접견실'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권위적인 느낌을 받게 되고, 내가 만나야할 상대에게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내가 그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고, 결국 정직한 '소통'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접견실'이 없는 서울시장의 공간은 그런면에서 다소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