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 효과 - 아빠 힘내세요♫
지금 듣고 계신 노래, '아빠, 힘내세요'라는 동요입니다. 2004년에 한 광고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노래인데. 90년대 말에 IMF 여파가 계속되면서 축 쳐진 아빠들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에 큰 힘을 줬던 노래죠.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영유아 아동용 문화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을 발표하면서 이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와 이 노래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양성평등을 저해한다, 이렇게 발표를 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심각 단계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과연 이 노래를 만든 분도 그렇게 느끼고 계실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십니까? 생각을 한번 해 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 노래를 직접 만든 분이세요. 한수성 씨, 부산사남 초등학교 교사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 한수성>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를 만드신 분이셨군요, 저도 궁금했었는데. 이걸 언제 만드신 거예요?
◆ 한수성> 제가 1996년 가을에 만들어서 97년도에 발표를 했습니다.
◇ 김현정> IMF가 막 시작된 그 해에 만드신 거예요. 혹시 뭐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 한수성> 저희는 이 노래는 IMF를 그 당시는 오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때 IMF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 김현정> 직전이였죠. 지금 결과적으로 보면 그 무렵이지만 사실 만드신 건 직전이였군요.
◆ 한수성> 그렇죠. 제가 개인적으로 녹음실을 하다가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녹음실을 하다가 그 해 1년 만에 부도가 나는 바람에 제가 고등학생 아들하고 집사람하고 셋이서 단칸방에서, 지하단칸방에서 살았거든요. 그러면서 좀 아버지로서 좀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래서 이제 생각하다가 이런 노래를 짓게됐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보니까 이게 MBC 창작 동요제에서도 입상은 했는데 그 당시 에는 바로 유명해지지는 않았어요.
◆ 한수성> 그런데 이제 유치원에서는,, 이미 전국에 많은 유치원에서는 많이 불려지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유치원에서 재롱잔치에서는 많이 불리던 노래. 그러다가 2004년에 한 광고에 삽입되면서부터는 남녀노소가 다 사랑하는 애창곡이 됐어요.
◆ 한수성> 광고를 만들게 되면 이제 광고 회의를 하잖아요. 하는데 유치원 자녀를 둔 주부 한 분이 직원이 재롱잔치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것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제의하는 바람에 광고로 쓰이면서 그렇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랬군요. 그러면 국민가요 되면서 국민동요 되면서 보람도 크셨겠어요.
◆ 한수성> 저는 개인적으로 국민들에게 힘을 줬다고 해서 국가에서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고.
◇ 김현정> 상까지 받으셨군요
◆ 한수성> 지금은 제가 학교라든지 교회, 병원 같은 곳에 초대를 받아서 강연도 가고 제가 MBC 대학가요제 출신이라서 노래나 악기연주를 잘하기 때문에 그런 데에 가서 공연도 많이 하고 그렇게 다니고 다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김현정> 여기까지는 훈훈한 얘기였는데 그런데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콘텐츠 중에 하나로 이 동요를 꼽았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이 소식 듣고는 어떠셨어요?
◆ 한수성> 아마 제가 30일 아침에... 지난 달 30일 아침에 제자 한 명이 카톡에다가 이렇게 보냈어요. '선생님,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보냈어요. 이게 무슨 말인고 다시 전화를 걸어 알아봤더니 지금 이렇게 된 거예요. 문화관광부에서 어떻게 하고. 그래서 저는 속으로 이랬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내가 지었지만 이 노래 가사에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줄 나도 몰랐는데 하면서 아니, 무슨.
◇ 김현정> 그런 의미인 줄 나도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구나, 기가 막혔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한수성> 예, 예.
◇ 김현정> 이게 어디를 봐서 남녀차별이냐 이런 말씀이신 거죠? 그런데 이 보고서를 보면 우선 이 노래가사 중에 집 밖에서 경제활동하는 아빠에게 힘을 북돋우는 가사로 아빠인 남성은 누구나 경제활동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 이렇게 지적을 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한수성> 이게 그 동요 가사를 가지고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그 자체가 조금 이상한데, 제가 조금은 이해는 합니다, 공감합니다. 왜냐햐면 영상물이 이렇게 노래하고 같이 만든 그 영상물이.
◇ 김현정> 영상물이 만화로 만들어진 걸 저도 봤거든요.
◆ 한수성> 제가 그렇게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렇게 업자들이 그렇게 만들 것 아니에요.
◇ 김현정> 만화동영상, 포털사이트 가면 나옵니다.
◆ 한수성> 저도 자세히 안 봤습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이제 지금 한다는 건데... 노래에서 과연 이런 게 그런 것을 심어줄까. 저도 이렇게 처음 아는 거죠. 이런 걸 심어줄 수 있는가.
◇ 김현정> 그런데 그 동영상을 보면 아빠가 들어오기 전에 집안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몇 초 정도 아이들은 집에서 아빠 기다리고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이 몇 초 정도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엄마는 가사노동하는 사람, 아빠는 경제 활동하는 사람. 이런 고정관념을 심어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지적을 했어요. 이 지적은 어떻게 보세요?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한수성> 엄마가 일찍 퇴근을 하셔서 얼마든지 가사도 할 수 있는 거고 장면을 해석하기 나름이거든요. 그런 가정도 있는 거고, 실제로. 아빠가 가서 일하시고 엄마가 요리하는 과정도 있는 거고 여러 상황, 여러 모양의 가정의 형태가 있다고 보거든요. 꼭 그렇게 엄마가 또 아빠가 가정이 있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것처럼 그런 것을 그냥 순수하게 그냥 노래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노래는 노래로 봐달라...
◆ 한수성> 그리고 지금 보면 유치원에서나 이런 곳에서 재롱잔치를 하게 되면 아빠 힘내세요로 부르지만 2절 때는 엄마 힘내세요로 이렇게 부르거든요.
◇ 김현정> 그렇게도 많이 불러요, 바꿔서. 할머니 힘내세요도 있고 할아버지 힘내세요도 있어요.
◆ 한수성>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 김현정> 너무 어른들 방식으로 좀 획일적으로 순수한 동요를 재단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시는 거예요?
◆ 한수성> 예, 예. 옛날에 우리가 금지곡이라는 제도가 있었잖아요. 정부한테 대드는 것 같으니까 이 노래는 못 부르게 하자 아침이슬이니 뭐니 하면서.
◇ 김현정> 물 좀 주소 같은 노래도요.
◆ 한수성> 그런데 그 곡만 보면 아무것도 아니죠. 거기다가 깊은 뜻을 가지고 그런 눈으로 쳐다보니까 그렇게 보이게 되죠.
◇ 김현정> 한 선생님, 사실 노래 작사는 아내가 하셨잖아요. 이번 기회에 두 분이 아예 '엄마 힘내세요' 라는 노래를 따로 만드시면 어때요?
◆ 한수성> 예, 참 좋은 말씀이네요. 저도 그렇게 평소에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 권유를 들어서 이번 기회에 하나 곡을 지으려고 하는데 사실 겁이 좀 납니다.
◇ 김현정> 왜요?
◆ 한수성> 또 문화부에서 뭐라고 또... 금방 노래 지우라고 뭐라고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는 또 남성차별 하는 거 아니냐 이럴까 봐. (웃음)
◆ 한수성> 네. (웃음)
◇ 김현정> 국민공모 이런 것 하시면 어때요?
◆ 한수성> 저도.. 시청자들 중에서 그런 좋은 가사를 생각하신 분이 있으면 저한테 보내주시면 제가 곡을 잘 짓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들으시는 분들도 조금 별스러운, 별스러운 모니터링이었던 것 같다, 기가 막히다 이런 문자 많이 보내주고 계시는데요. 저는 그럼 2탄 '엄마 힘내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선생님.
◆ 한수정> 네, 제가 꼭 약속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