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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자산컨설턴트여! 상품 말고 신뢰 팔아라

    • 2014-03-04 09:41

    이준일의 Private Lesson

    자산관리사는 고객의 돈을 위탁 받아 운용한다. 대표적인 게 프라이빗 뱅커(PB)ㆍ펀드매니저ㆍ선물자산운용가ㆍ증권투자전문가다. 관련 직업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다.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도 치열하다.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항상 고객에게 진실해야 한다.

     

    스마트 자산관리법은 5가지다. 전략을 세우고(Strategic), 윤리를 지키며(Moral), 실천으로 옮기고(Act), 규칙을 정하며(Rule), 공부하는(Theory) 것이다. 그렇다면 5가지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필자가 꼽은 가치는 '도덕성(Moral)'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도덕성이 자산의 가치를 더욱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자산관리와 도덕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자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는 '신뢰'다. 상대방을 믿어야 돈을 온전하게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컨설턴트를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나아가 그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해야 할지 몰라서다. 컨설턴트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의문점을 갖고 컨설턴트의 상담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홀리기 십상이다. 사실상 제대로 상담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인류사회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다. 모럴해저드는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상태를 뜻한다. 최근 금융업계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원인과 배경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중 한가지를 꼽자면 업계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도덕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럴해저드 현상이 인류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이유는 신뢰라는 기반이 약해서다. 고전이나 인류의 역사를 언급한 기록물을 살펴보면 '신뢰' '믿음'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다. 이는 인간을 형성하는 조건 가운데 믿음과 신뢰의 역할이 중요함을 뜻한다. 그럼 도덕적인 문제로부터 우리의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을 강구하기 전에 컨설턴트가 왜 도덕성을 잃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컨설턴트와 도덕성의 관계를 알아야 궁극적인 자산관리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업계에서 유명한 파이낸셜 컨설턴트와 2회에 걸쳐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을 마친 그는 250만원 상당의 보험을 가입하기로 했다. 상품은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상품 가입을 결정한 후 A씨는 고민에 빠졌다. 본인의 소득이 또래보다 높은 편이었지만 집을 장만해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컨설턴트에게 상담을 신청한 이유는 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서였다.

    도덕성, 컨설턴트의 최고 자질

     

    그런데 제안 받은 상품은 대부분 변액보험이었다. A씨는 변액보험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 비중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그는 마침내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다. 결국 3번째 상담을 통해 펀드와 적금의 비중을 늘리고, 변액보험 가입액은 절반으로 줄였다.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였거나 경험을 해본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컨설턴트 모럴해저드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컨설턴트의 직업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어서다.

    컨설턴트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돈을 번다. 일반 직장인처럼 회사로부터 일정한 월급을 받거나 100% 수수료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일정한 실적을 올리면 성과급을 받을 때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컨설턴트가 그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은행에 속한 프라이빗뱅커(PB)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지만 해당 은행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그도 소속원인지라 해당 은행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고객의 이익보다는 은행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회사에 불이익을 주면서까지 상품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는 PB의 구조적인 문제고, 한계다. 고객은 이런 점을 감안해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직업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직업정신은 고객을 향해 있을 때 그 가치를 발한다. 다시 말하면 고객에 반하는 직업정신은 고객에게 날카로운 '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준일 평생자산관리연구소 대표 wnsdlf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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