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중국해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기체를 찾는 주변국들의 수색활동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객기 실종사고가 발생한 지 11일로 나흘째 접어들고 있지만 사고기의 송신자료가 없어 추락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데다 부근 해역에 넘쳐나는 해상 폐기물 때문에 사고기 잔해조차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실종 여객기가 당시 회항했을 경우 정상 항로에서 수백㎞나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러한 우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최근 레이더 화면 분석자료를 기초로 사고기가 회항한 흔적이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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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통들은 사고기 기체를 찾는데 별다른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악의 경우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근 해역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중국, 미국 등이 1천여명의 인력과 수십대의 항공기, 함정들이 파견돼 수색을 벌이고 있다.
◇ 첨단기기'무용지물'(?)…사고기 송신자료 없어 = 항공사고 전문가들은 사고기에 탑재된 조난 항공기 위치 송신기(ELT) 등이 제대로 기능했는지에 대해 의구심마저 보이고 있다.
사고기종인 보잉 777-200ER에는 비상시 항공기 위치를 알려주는 '조난항공기위치송신기(ELT))와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 등 각종 첨단장치들이 탑재돼 있다.
세계적인 여객기 제작사 보잉 777이 지금까지 높은 안전성과 신뢰도를 자랑해온 이유다.
ELT의 경우 사고기 추락 등 비상시에 대비한 첨단장치다.
하지만 대형 돌발사고의 경우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도네시아의 항공전문가 게리 소에자트만은 "ELT의 경우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가장 훌륭한 기기"라고 말했다.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로 구성된 '블랙박스'의 경우 기체가 물속에 가라앉으면 수색팀에 위치를 알려주는 '핑어(Pinger·음파발진기)가 작동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신호음을 감지할 수 없다.
이들 신호음을 확인하려면 부근해역에 '수동 소나'를 갖춘 선박이 필요하지만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는 '전파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실제 사고기의 정상 항로가 위치한 바다는 수심이 60∼70m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됐다.
로이터통신은 사고기인 보잉 777-20ER 기종에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이 탑재돼 있어 지상에 단문 메시지를 자동 송신할 수 있다며 이들 기기가 작동하지 않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ACARS는 기체 고장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지상에 단문 메시지를 전송하는 자동 시스템으로 지난 2009년 대서양에서 추락한 에어프랑스 항공편의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유용하게 활용됐다.
◇ 실종 여객기 회항 흔적도 '혼란' 가중 = 말레이시아항공의 MH 370편이 일각의 분석처럼 중도 회황했을 경우 예상항로에서 수백㎞나 벗어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고기 회항이 사실이라면 현재 부근 해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색으로는 기체를 찾기 어렵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공군은 레이더 화면 분석자료를 근거로 실종 여객기가 비행 도중에 쿠알라룸푸르로 회항한 흔적이 감지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영해 중간 수역 외에 말레이시아 본토와 서부 해안도 수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색활동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베트남 역시 남부해역에서 진행 중인 수색활동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 수색 현장 해상 폐기물도 '걸림돌' = 남중국해 주변국가들이 현재 사고기 수색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와 태국만 일대는 주요 선박들이 통과하는 주요 항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주변해역에는 선박들이 버린 해양 폐기물이나 쓰레기 등이 도처에 널려 있어 수색에 적잖은 차질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색에 참가한 선박들과 항공기들이 부근 해역에서 실종 여객기의 잔해를 발견하더라도 날개나 꼬리라고 단언할 만큼 명확히 구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색팀이 원거리에서 대상 물체를 발견하려면 직접 현장을 찾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수색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