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27일(한국 시각) 벨기에와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최종전을 앞둔 한국 축구. 첫 원정 8강을 꿈꾸며 브라질에 입성했지만 16강 진출 여부조차 복잡하게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벨기에에 2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둔 뒤 같은 시각 러시아-알제리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은 러시아와 1차전에서 탄탄한 조직력으로 1-1 무승부를 만들었지만 1승 제물로 삼았던 알제리에는 2-4 완패를 당했다.
사실 벨기에를 이기는 것도 쉽지는 않다. H조 최강으로 평가받는 벨기에가 그나마 주전 선수를 뺀 1.5군으로 나서지만 그마저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일본도 그랬다. C조 최종전에서 주전 8명이 빠진 콜롬비아를 상대로 초반부터 강하게 밀고 들어갔으나 오히려 역습당하며 1-4로 대패했다.
◈ 1998년 벨기에전이 보여준 것벨기에와 월드컵 마지막 대결은 1998년 프랑스 대회. 현재 홍명보호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시 멕시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던 한국은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 0-5로 대패했다. 5실점의 충격은 컸다. 사상 유례 없이 차범근 당시 국가대표 감독이 대회 도중에 경질됐다. 그럼에도 들끓은 비난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후 대표팀은 벨기에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결과는 1-1 무승부. 비난은 고개를 숙였다. 스코어가 아니라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투혼의 경기를 펼쳤다. 0-1로 뒤진 후반 중반 수비수 김태영이 몸싸움 중 쓰러졌다. 김태영은 이미 무릎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뛰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미 카드를 다 써 교체를 할 수가 없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와의 최종전 당시 이임생 선수가 부상을 당해 붕대를 감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쳐)
이어 수비수 이임생도 헤딩 경합 중 눈두덩이 윗부분이 찢어져 피를 철철 흘렸다. 역시 교체가 불가능해 그대로 붕대를 감고 뛰어야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치료를 받던 이임생은 빨리 경기장으로 들어가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간절한 마음에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26분 유상철이 미끄러지면서 골을 밀어넣었다. 이후 벨기에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유상철, 이임생, 김태영 등이 육탄 수비로 막아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처절한 경기였다. 더 이상 국민들은 대표팀을 비난할 수 없었다.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감동을 받았고, 박수를 보냈다.
◈ 2014년 벨기에전에서 보고 싶은것당시 경기는 한국 축구 역사가 됐고, 선수들의 눈물은 99년 프로축구 K리그 르네상스를 거쳐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열매의 씨앗이 됐다.
국민들이 바라는 점은 피를 흘려야 한다는 것도, 부상을 무릅쓰고 뛰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선수들의 투지가 보고 싶을 뿐이다.
지난 알제리와 2차전에서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쉬지 않고 뛰며 투지를 불살랐던 손흥민(레버쿠젠), 이근호(상무)가 왜 참패에도 박수를 받는지를 생각하면 팬들이 선수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