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사표를 제출한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임명 3개월 만에,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출국하는 날 사표가 수리돼 커다란 의혹을 샀던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사표를 둘러싼 의문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송 전 수석이 3개월 만에 불명예 하차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서울교대 총장 재직 시절의 문제로 고등교육법 등에 대한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이른바 '1+3 유학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송 전 수석을 수석비서관 내정 발표 직전 한차례 소환 조사한 데 이어 기소 의견으로 19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서울교대 뿐 아니라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던 17개 국·공·사립 대학 가운데 15개 대학도 총장이나 법인관계자가 입건되거나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1+3 프로그램'은 1학년때 국내 대학에서 교양 및 영어 수업을 받고, 2학년부터는 외국대학에 진학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교육부 장관의 인가 없이 운영돼 왔다.
청와대는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돈을 먹은 것도 아니고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교육문화수석을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분위기다. 고등교육법 위한 혐의가 낙마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오타와 총독 관저에서 데이비드 존스턴 총독내외와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청와대 인사검증 또 구멍 vs 본인이 말안하는 데…송 전 수석이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날짜는 6월 9일이다. 그런데 사흘 뒤인 12일에 교육문화수석에 내정됐다는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또 다시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을 소환 조사 사흘 만에 교육문화수석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정수석과 인사검증의 최종 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사자가 얘기하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인사실패와는 거리가 있다고 항변한다.
내정 발표 3일 전이면 검증 막바지 시기로 200개에 달하는 질문으로 구성된 자기검증서를 제출한 지도 오래전에 지났을 것이고, 본인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알려주기 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송 전 수석이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얘기 안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이는 검증실패의 책임을 송 전 수석에게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송 전 수석의 경우 임명 직후 제자의 연구성과를 가로채고 대학 부설기관으로부터 400만원의 수당을 불법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 '청와대 수석인지 몰랐다'는 경찰…'무지'를 자인하나?청와대가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입건과 검찰 송치 소식을 안 것은 박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직전이다.
송 전 수석을 소환했을 때는 전 서울교대 총장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7월 22일에 서울지방경찰청에 송 전 수석 소환조사 사실을 보고할 때도 몰랐다고 한다.
7월 31일에는 송 전 수석을 정식으로 입건하지만 이때도 역시 자신들이 수사하고 있는 송광용 전 서울교대총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인지를 몰랐고, 송 전 수석 사표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한다.
경찰의 이런 입장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 누구인지 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자인함으로써 무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와 관계가 있는 민정수석이나 정무수석 이름은 알겠지만 나머지 수석은 정말로 관심이 없다"며 무지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논리를 폈다.
{RELNEWS:right}송 전 수석의 돌연 사표가 서울교대 총장 재직 시절의 행위에 대한 법위반 혐의 때문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또 다른 개인 비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정 당국 고위관계자는 "사건으로만 치면 수석이 사퇴할 정도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개인비리가 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