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셰, 중궈' 한국 야구 대표팀은 27일 중국과 4강전에서 7-2, 비교적 어렵게 이겼으나 대만과 결승전을 앞두고 적잖은 교훈을 얻었다. 사진은 경기 후 류중일 감독(오른쪽) 등 한국 선수단이 중국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다소 멋쩍은 승리였지만 소득은 적지 않았다. 결전을 앞두고 액땜을 제대로 치렀다. 다소 안일했던 마음가짐을 제대로 잡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류중일 감독(삼성)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7일 중국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7-2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앞선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대만과 28일 금메달을 놓고 결승에서 격돌한다.
이기긴 했어도 전력 차를 감안하면 '신승(辛勝)'이었다. 중국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0-11, 콜드게임패를 당한 바 있다. 한국은 일본을 10-4로 누른 대만에 10-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중국 < 일본 < 대만 < 한국'의 먹이사슬을 보면 화끈한 대승이 예상됐던 승부였다.
경기 초반 꼬인 장면들이 조금 있었다. 1, 2회 김현수(두산), 황재균(롯데) 등 홈에서 잇따라 주루사가 나와 확실한 기선 제압이 어려웠다. 여기에 선발 이재학(NC)의 공이 높게 몰리면서 잇따라 적시타를 허용,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4회까지 2-2, 팽팽하게 맞섰던 이유다.
5회 박병호(넥센), 나성범(NC) 등 몸무게 100kg 이상 나가는 거구들이 흐름을 바꿨다. 안타를 치고 나가 잇따라 도루로 중국 수비를 흔들었고, 결승점과 추가점을 올려 분위기를 가져왔다. 6회 박병호가 3점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쑥스러운 접전이 마무리됐다.
▲"이제야 긴장감 찾아…결승전에 도움"
'방심하면 큰 코 다쳐' 한국은 중국과 4강전에서 두 차례 주루사가 나와 경기 초반 고전의 원인이 됐다. 사진은 1회 홈에서 아웃당하는 김현수(왼쪽)과 2회 아웃당하는 황재균.(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이번 대회 야구는 싱거운 콜드게임이 속출하며 다소 맥이 풀린 게 사실이다. 태국, 홍콩은 물론 몽골, 파키스탄 등 야구 불모지인 국가들이 참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다. 다소 수준이 높다는 필리핀은 자국의 출전 경비 지원이 없어 불참했다.
한국도 예선 3경기를 모두 대승으로 장식했다. 태국, 홍콩은 물론 난적으로 꼽혔던 대만마저도 10-0, 8회 콜드게임으로 두들겼다. 자신감은 생겼으되 긴장감은 떨어졌다.
하지만 몇 수 아래로 봤던 중국에 호되게 당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주장 박병호는 4강전 뒤 "지금까지 예선전은 너무 쉽게 치렀다"면서 "오늘 야수들의 안일한 플레이로 실수를 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오늘 경기를 마치고 비로소 긴장감이 들었다"면서 "이 긴장감을 내일까지 유지해 결승전을 잘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황재균 역시 2회 민병헌(두산)의 2루타 때 나온 실책성 주루 플레이에 대해 "잡히는 줄 알고 스타트가 늦었다"면서 "이것 때문에 경기가 잘못될까 봐 미치는 줄 알았다"고 뼈저리게 후회했다. 이어 "긴장감 있는 경기를 해서 결승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말의 자만과 방심이 쏙 빠진 자리를 긴장감이 메웠다.
▲"그래도 빠른 공 쳐봤다" 타격감 제고
'이 정도는 돼야 칠 만하지, 안 그래 정호야?' 27일 중국과 4강전에서 6회 쐐기 3점 홈런을 날리고 있는 박병호(왼쪽)와 7회 투구에 맞고 있는 강정호.(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특히 중국이 준 선물은 구속이다. 대만과 결승을 앞두고 그나마 빠른 공으로 타자들의 눈을 미리 훈련시켰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들의 고민은 느려도 너무 느린 상대 투수의 공이었다. 태국과 홍콩 투수들의 공은 시속 130km를 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120km 안팎이었고, 홍콩전에서는 직구가 100km를 간신히 웃돌았다. 김현수는 "과학적으로 그게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국은 예선에서 태국에 이어 대만을 상대했고, 이후 홍콩과 만났다. 대만은 150km 후반대의 공을 뿌려댔던 뤄지아런 등 한국 투수들과 비슷한 구속을 선보였다. 간신히 눈높이를 맞췄지만 홍콩 투수들의 '아리랑 볼'을 만나 흐트러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그나마 높은 구속의 공을 던져줘 한국 타자들의 감각을 끌어올려준 것이다.
경기 후 황재균은 "140km까지는 안 나왔지만 그래도 (태국, 홍콩보다는) 빠른 공을 쳐봤으니까 대만과 결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이 주고 간 진정한 선물이다. 한국이 대만을 넘어 금메달을 따낸다면 중국도 어느 정도는 공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