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다저스 주인이 된다?' LA 다저스는 박찬호를 비롯해 최근 류현진까지 한국인 선수들이 많이 뛴 데다 지역 교민들도 많아 국내에서도 친숙한 구단으로 꼽힌다. 사진은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한국 교민들의 모습.(자료사진=임종률 기자)
한국 자본이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보도에 대해 현지 언론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다저스 구단의 입장을 들어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미국 권위지인 LA 타임스는 23일(한국 시각) '다저스가 한국 기업에 일부 지분을 판다는 소식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전날 중앙일보가 "국내 기관 투자자들로 구성된 가칭 '코리아컨소시엄'이 다저스 구단의 지분 20%(약 4000억 원)를 인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데 대한 확인이다.
이 신문은 이번 논의에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소식통으로부터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협상이 어떤 형태로, 또 유불리하게 진행되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나마도 협상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까닭에 익명을 요구했다.
확실한 것은 "다저스 구단주들이 구단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할 일은 없다"는 부분이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이 문제에 정통한 두 관계자는 "마크 월터를 비롯해 토드 뵐리, 바비 패턴, 피터 거버, 매직 존슨 등 5명의 구단주들 중 아무도 이번 거래에서 자신의 지분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도 "구단주 개인이 임의로 지분을 팔 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다저스는 미국에서도 인기 구단으로 꼽히고, 매번 주인이 바뀔 때마다 구단 평가액이 뛴 만큼 충분히 투자할 가치는 있다"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90년대 박찬호(은퇴)를 시작으로 최근 류현진(28)이 뛰면서 한국 내에서 국민 구단으로 불리고 있다.
'다저스를 빛낸 과거와 현재' 박찬호(왼쪽)는 다저스에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고, 류현진은 현재 다저스 최강 3선발로 활약 중이다.(자료사진=윤창원 기자)
다만 이번 논의는 MLB 최고 연봉팀인 구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LA 타임스는 "(구단주인) 월터가 가진 구겐하임파트너스의 보험 기금 12억 달러를 상환하거나 구단 운영에 추가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기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지난 2012년 3월 5명 구단주가 모인 구겐하임파트너스에 21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인수됐다.
그렇다면 MLB와 다저스 구단의 입장은 어떨까. 둘은 일단 한국 자본 유입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LA 타임스는 "MLB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면서 "월터 역시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으며 스탠 카스텐 구단 회장도 지분 매각설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스텐 회장은 "사람들은 항상 지분 매입에 대해 물어온다"면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논의하자 않는다"고 강조했다.
LA 타임스는 "다저스가 어떤 구단주를 영입하든 MLB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MLB는 해외 자본을 금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2012년 12월 당시 뵐리 구단주가 '구겐하임파트너스는 멕시코 또는 한국 등 이른바 전략적 파트너로부터 지분 참여를 논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논의는 어떤 결과도 맺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움직임을 볼 때 다저스와 한국 투자 컨소시엄 사이에 논의는 분명히 오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MLB와 무관하게 일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내에서 먼저 보도되면서 다저스 구단 내부에서 입장 정리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MLB와 의견 조율도 해결할 문제다.
한 MLB 고위 관계자는 LA 타임스를 통해 "한국 자본 유입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다저스가 통제 없이 그런 고액의 투자를 고려했다면 놀랄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경영 능력에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큰 도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