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이 그렇게 잘 나가나?' 올해 프로야구는 때아닌 공인구 반발계수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공인구 반발계수가 기준치를 넘었던 H사의 공인구(오른쪽 위)와 이를 사용하는 롯데의 홈 경기 모습.(자료사진=윤성호 기자, 하드 스포츠)
최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 화제가 됐던 이른바 '탱탱볼' 논란. 공인구 중 일부가 반발계수 기준치를 넘어섰고, 공교롭게도 홈에서 홈런이 많았던 팀이 사용 중인 공이라 논란이 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5 공인구 수시검사 결과'에서 하드 스포츠 계열 에이치앤디가 생산한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0.4414로 KBO 기준(0.4134~0.4374)의 상향선을 0.004 넘어 1000만 원 벌금 부과가 결정됐다.
이는 롯데가 홈에서 사용하는 공이다. 올해 롯데는 20일까지 홈 10경기에서 18홈런, 원정 7경기에서 5홈런을 날렸다. 사직구장은 올해 10경기에서 롯데와 원정팀 합계 27홈런이 터져 10개 구단 홈 구장 중 가장 많이 나와 오해가 더 커졌다.
이에 대해 일단 롯데와 업체는 고의성은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CCTV 불법 사찰과 올해 빈볼 논란에 휩싸였던 롯데는 "KBO가 지정한 4개 업체 중 한 곳의 공을 받았을 뿐이고 기존 공 대신 새 공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하드 스포츠는 "회사가 망하려고 일부러 그런 일을 했겠는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당일 습도 등 변수에 의한 단순 결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KBO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는 의혹들을 해소할 방안은 있는 것일까.
▲"반발계수 초과? 고의성은 없었다"KBO 역시 이런 논란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공인구 업체 선정은 구단의 몫이지만 관리, 감독은 KBO가 맡고 있다. 시즌 전 선정한 공인구 업체의 공에 문제가 생기면 KBO의 책임도 없지는 않은 것이다.
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각 팀들이 스프링캠프부터 쓸 수 있도록 보통 공인구 생산업체는 1월 15일 전까지 선정해 고지한다"면서 "올해는 4개 업체를 선정해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업체를 택할 것인지는 구단이 정하고 KBO는 공에 문제가 없는지를 수시로 검사하는데 이번에 반발계수 초과가 적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하드 스포츠의 해명대로 모든 야구공의 반발계수가 일정할 수는 없다. 가죽 안의 코르코와 실의 수분율은 검사 당일 건조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습한 날은 상대적으로 반발계수가 떨어질 수 있다. 반면 건조한 날은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공인구 반발계수 검사는 KBO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 시험소에 의뢰해 이뤄진다. 반발계수는 특수장비를 통해 던져진 공이 콘크리트 벽을 맞고 튀어나오는 속도를 투구 속도(시속 270km)로 나눈 값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 역시 같은 업체의 공이라도 반발계수 측정치는 일정하지 않다.
KBO 역시 고의성보다는 단순 결함으로 보고 있다. 정 부장은 "2번 적발되면 공인구 업체 지정이 취소된다"면서 "예전이면 모를까 지금 같은 때에 일부러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드 스포츠 한동범 대표도 "일본에서 사용하는 기구를 들여와 2중, 3중으로 검사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 부장은 "지난해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해 반발계수를 기준치의 중간으로 맞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단일구 업체 하반기 선정, 내년 도입"
'우리가 잘 하면 된다' 올해 사직구장에서 홈런포를 날렸던 롯데 정훈(왼쪽부터)-장성우-김대우.(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물론 반발계수 초과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시즌 뒤까지 봐야 할 일이다. 새 공을 받은 이후에도 사직구장과 롯데의 장타 빈도가 여전하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롯데만이 아니라 다른 팀도 그렇다면 사직구장이 홈런공장으로 인식될 것이요, 롯데가 다른 구장에서도 홈런을 펑펑 터뜨리면 예전의 화끈한 공격력이 살아난 것일 테다.
실제로 사직에서 롯데보다 경기당 홈런이 더 많은 팀도 있다. 한화는 3경기에서 6홈런, 평균 2개를 터뜨렸다. 반면 올 시즌 '사기 캐릭터'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에릭 테임즈를 앞세운 NC는 사직 3경기에서 홈런이 없었다. 또 롯데는 22일 광주 KIA전에서 홈런 2방을 몰아치며 승리했다. 홈런이란 상대 팀과 투수,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 등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남는다. 10개 구단이 다른 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O 리그는 하드 스포츠의 에이치앤디 외에도 빅라인스포츠, 아이엘비, 스카이라인 등 4개 업체의 공이 쓰인다. 반발계수는 물론 크기, 무게 등 기준치가 있지만 업체가 다른 까닭에 균등할 수는 없다.
그래서 KBO는 단일구 도입을 수 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미국(롤링스), 일본(미즈노)처럼 공인구를 한 업체가 생산해 통일성을 주자는 것이다. 정 부장은 "최근 일본이 몰래 반발계수를 조정해 문제가 됐지만 단일구로 되면서 공인구의 상이성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도 미국, 일본처럼 단일구를 써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정 부장은 "업체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단일구 도입에 대한 계획을 알렸고, 이제 2년 정도 유예 기간을 준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에 업체를 선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공인구의 상이함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올 시즌 남은 경기들을 지켜볼 일이다. 어쩌면 각 구단이 다른 공을 쓰는 시즌은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