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성호 기자)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가 지난 6일 무산된 이후 벌써 열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여권에서는 15일 밤, 심야 고위 당정청 까지 열어 해법을 논의했지만 여야의 교착상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에서 여권에게는 '뜨거운 감자'인 법인세 인상문제를 들고 나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라는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더 붙이는 형국으로 진행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6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실패한 것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문제 였다.
여야는 이날 하루종일 각각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여러번 열면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50%라는 숫자가 명기돼 '혹을 달아서는 안된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입김에 따라 법안처리가 최종 무산됐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표결을 통해서라도 부칙의 첨부서류로 50% 명기안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김무성 대표의 만류에 따라 카드를 접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일찌감치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채 새누리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터여서 결국 이날 처리무산의 책임은 일단 새누리당이 지게 됐고 이후 협상재개의 주도권도 새정치민주연합에 넘겨주게 됐다.
처리 무산 열흘째 양당은 아직 까지 서로 고위급 접촉은 하지 않은채 대국민 홍보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운데) (사진=윤창원 기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최근 당 회의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숙고 끝에 이뤄낸 합의"라면서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합의 지키는 게 연금개혁의 시작"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기정 정책위 의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법인세를 논의하겠다고 취임 백일 간담회 통해 밝힌 만큼 당장 법인세 정상화에 대한 당론을 모아오는 것이 성의를 보이는 징표"라면서 법인세 인상 카드를 내밀었다.
강 의장은 또 "그런 의미에서 연금과 법인세 당론 모아 야당에 성의를 보여야 이후 협상 이 잘 될 것"이라고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과 법인세 인상을 연계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따라 여권은 15일 밤 서울 모처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해법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당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나갔고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나왔다. 정부에서는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참석했다.
고위 당정청은 당초 17일 열릴 것으로 전망됐었지만 김무성 대표의 광주방문 일정 등을 감안해 이날 저녁 긴급회동 형태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당정청은 지난 2일 여야가 합의한 합의문으를 존중하며 국민연금의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은 국민의 부담 증가가 전제가 돼 국민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함으로 ㅅ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논의해 결정돼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2일 여야 합의문에는 50% 라는 숫자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이날 고위 당정청은 2일 합의를 다시한번 확인한 것으로 진전이 없는 것이다.
결국 6일 본회의 무산의 원인이 됐던 50% 명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당정청이 다시 확인한 것으로 향후 여야 협상의 여지는 더 좁아 졌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그동안 당과 청와대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것 처럼 비춰지고 한데 대해 당정청 간에는 2일 여야 합의가 잘 된 것이라는 것을 (당이)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라면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이를 바탕으로 대야 협상을 하지만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국민 뜻을 물어야 하므로 사회적 타협기구서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야 고위당정청으로 결국 야당과는 분명한 선이 그어졌고, 유승민 원내대표의 협상입지는 더 좁아 지게 됐다.
그런데 이와같은 고위당정청 결과는 이날 오전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 연금개혁에다 엉뚱하게 공적연금 강화를 들고 나와 일을 이렇게 헝클어 놓았는데 또다시 다른것을 갖다 붙인다는 것은 하지 말자는 소리"라면서 "그럴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공무원연금 이거 하나만 놓고도 엄청난 개혁안이기 때문에 이걸 끝내고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것이 순리죠. 순리"라면서 법인세 연계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득 대체율 50%라는 숫자가 불랙홀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마음을 열고 무엇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을 위해 올바른 개혁인지 대화해 보자"고 말했다.
이렇게 양당 지도부의 생각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양당 간사였던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만났지만 별다른 진전이 있을 수는 없었다.{RELNEWS:right}
결국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가 급한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형국인데 지난 6일 협상에서 50% 명시를 고집했던 야당이 이번에는 법인세 카드까지 들고 나온 가운데 여권이 긴급 심야 고위 당정청 까지 열어 한 목소리로 2일 합의를 강조하면서 자칫하면 여권으로서는 협상을 이어 나가기 위해 '법인세 정상화 논의'라는 카드라도 내놔야 하는 지경이 됐다.
이렇게 되면 소득대체율 50%라는 작은 혹을 떼려다 법인세 인상이나 적어도 논의시작이라는 더 큰 혹을 붙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로운 협상의 길을 찾아 보겠다'고 밝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어 질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