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경기에 출전한 손연재(21.연세대)가 연기를 마친 뒤 일어나고 있다. 박종민기자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 연세대) 앞에는 늘 최초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사실 한국은 리듬체조 불모지였다. 리듬체조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한국은 2008년 신수지(은퇴)가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것이 처음이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2006년 신언진, 2009년 신수지의 동메달이 개인종합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손연재의 등장과 함께 리듬체조의 역사가 바뀌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이후 리듬체조 본고장인 러시아로 향했다. 국내에서 찍은 광고 비용으로 훈련비를 충당하면서 세계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땀의 결과는 당연히 성적으로 나왔다. 조금씩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수준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2011년 몽펠리에 세계선수권에서 11위에 오른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개인종합 결선에 진출했다. 이 역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다. 손연재는 5위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쳤다.
이후 출전하는 월드컵마다 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 올림픽 이전에 열린 펜자 월드컵 후프 종목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땄고, 이후 종목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성장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2연패에 성공했다. 그리고 아시아 수준을 넘어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참가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가 곧 손연재가 걸어온 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손연재는 "최초라는 단어가 따라다녀서 운이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힘든 부분도 있고 관심이 부담도 되지만, 리듬체조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 또 리듬체조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목표는 남아있다. 바로 18.500점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최고의 연기를 펼쳐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