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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구제역과 PED(유행성설사병) 등 전염병 탓에 수급 상태가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올해 들어 돼지고기 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돼지사육 농가들은 이처럼 가격이 좋을 때 한 마리라도 더 키워서 팔기 위해 애간장이 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속성 돼지가 등장했다. 단기간에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고열량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를 말한다. 품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돼지들이 도축장에서 도축된 뒤 주로 도매시장 공판장을 통해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돼지 유통시장의 불편한 진실....도매시장 물량 10%가 돼지고기 가격 결정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등급판정을 받은 돼지는 모두 773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3만 마리에 비해 1.3% 정도 감소했다.
이처럼 등급판정을 받은 돼지는 10% 정도가 전국 13개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거쳐 동네 정육점과 소규모 음식점 등으로 공급되고 나머지 90%는 육류가공업체 등이 직접 유통한다.
지난달의 경우 122만4천 마리 가운데 도매시장을 통해 9.5%인 11만7천 마리가 유통됐다.
그런데 국내 돼지고기는 도매시장에서 판매되는 10%가 나머지 90%의 가격까지 결정하는 독특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도매시장에 물량이 없어 경매가격이 오르면 돼지고기 값이 오르고, 물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요즘처럼 돼지 공급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를 경우 농가들은 물류비와 경매수수료까지 내야하는 도매시장을 기피하게 된다.
육가공업체에 직접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은 물량 부족으로 당연히 오르게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병준 박사는 “돼지는 도매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너무 적다는 게 구조적인 문제”라며 “가격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도매시장 돼지고기 품질은?
도매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돼지고기 품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지난달에 전국 13개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된 돼지 11만7천 마리의 등급별 출현율은 1+등급이 전체의 20.6%인 2만4천 마리에 불과했다.
이는 육가공업체 등을 통해 일반 시장에서 판매되는 돼지의 1+등급 출현율 30.2%와 비교해 무려 9.6%p나 떨어지는 수치다.
{RELNEWS:right}이에 반해, 도매시장 돼지의 2등급 출현율은 37.5%로 일반 돼지 30.2% 보다 높다. 특히 등외 판정 비율은 더욱 심각하다. 도매시장 돼지는 무려 14.2%로 일반 돼지 3.3% 보다 4배 이상 많다.
우 박사는 “육류가공업체와 기업들이 품질 좋은 돼지를 농가에서 직접 구입하다 보니까 도매시장 공판장에는 품질이 떨어지는 돼지가 들어오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런 공판장 돼지고기를 정육점이나 음식점, 심지어는 기업들까지도 모자라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구입해 간다”고 설명했다.
◇ 돼지 전염병이 만든 속성돼지....저 품질에 몸값은 비싸
이처럼 품질이 떨어지는 돼지고기가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배경에는 구제역과 유행성설사병 등 전염병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육류수출입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1년 구제역 이후 떨어졌던 돼지고기 가격이 2013년부터 다시 오르다 보니까 6개월 이전에 조기 출하하는 경향으로 흘러가면서 품질이 많이 저하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조기 출하하기 위해선 고열량의 속성사료를 먹이다 보니까 삼겹살의 겉 지방뿐 아니라 속 지방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비계를 제거하고 나면 실제 먹을 게 없는데 가격은 많이 오르고,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매시장의 저 등급 돼지고기에 의해 결정된 국내 돼지 도매가격은 7월 하순 기준으로 1kg에 5,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00원에 비해 11.7%나 폭등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도매시장의 물량이 적다 보니 가격 변동폭이 큰 게 사실이다”며 “그러나 현재 국내 유통 구조상 도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