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 카리스마 배우 유오성, 드라마 '미생' 이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성민. 그리고 명계남, 문성근, 강신일, 문소리, 전혜진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연기파 배우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극단 '차이무' 출신이다.
1995년 창단한 '차이무'가 어느덧 스무 살 성년이 됐다. '차이무'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마당에서는 ‘스물스물 차이무-어느덧 20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회를 밝혔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극단 '차이무'가 29일 대학로예술마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이날 간담회에는 이상우 예술감독과 민복기 대표, 배우 강신일, 박원상, 이성민, 전혜진 정석용, 최덕문 등이 참석했다.
차이무는 '차원이동무대선'의 줄임말. '관객을 태우고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해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연기파 배우들을 배출한 최고의 극단으로 꼽히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이상우 연출(초대 대표)은 "1995년 내 오피스텔에서 내내 술만 마시던 송강호, 유오성 등을 보고 '이러다 다들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성근과 내가 1000만 원씩 출자해 '플레이 랜드'를 올린 게 그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한 극단의 초기 멤버는 문성근, 송강호, 유오성, 류태호, 영화감독 여균동, 드라마 작가 인정옥 등이다.
20주년이 됐으면 뭔가 감회도 새롭고, 비전도 내세워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는 없다. 이 연출은 "개인적으로 생일도 잘 안 챙긴다"며 "크게 이벤트를 벌일 맘은 없다"고 전했다.
"극단이 꼭 영원할 필요도 없다"고도 말한 이 연출은 "오래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계속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배우, 작가, 연출이 좋은 작품을 계속 내면 계속 가는 것이고. 그런 힘이 소진 되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차이무'가 버텨온 저력으로 "차이무의 장점은 개개인이 다 창작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하자고 한다고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부터 차이무 대표를 맡은 민복기 연출가는 “20주년을 맞이하니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이 모든 것이 같이 했던 선후배들 그리고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금 평균연령이 40대인 나이든 극단이 됐는데, 앞으로 경로당 같은 극장 만들어 지금처럼 공연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차이무와 16~17년을 함께했다는 배우 이성민은 "지금도 이성우 선생님 앞에서 야단을 맞고 있으면 처음 선생님을 뵀던 30대 초반때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선생님, 차이무와 있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1997년 차이무에 합류한 전혜진은 “조금은 자유롭고, 철 없는 극단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 것 같고 계속 이런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다른 극단에 있어보지 않아서 차이무만의 장점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극단은 투명하고 공평한 것 같더라. 버는 돈이 100만 원이라면 선후배 관계없이 공평하게 나눴다. 심지어 후배가 더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남의 말을 개의치 않는다"며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다. 선배들에게 이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당당히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혜진이 너만 그래"라며 핀잔을 줘 간담회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강신일은 차이무의 장점으로 창작극을 고집한 것을 꼽았다. “창작극은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떤 연극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삶을 무대에 올리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게 됐다. 우리의 것을 고민하며 연기했던 것이 지금 우리의 연기의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