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한국 선발로 활약한 김광현(왼쪽)과 이대은. 하지만 일본 오타니 쇼헤이처럼 압도적 구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일본은 다들 150km를 던지는데...”
일본은 한국과 4강전에서 3-4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9회초 4점을 내주기 전까지 맞은 안타는 고작 1개였다. 선발 오타니 쇼헤이는 개막전 6이닝 10탈삼진에 이어 4강전에서는 7이닝 11탈삼진을 잡았다. 최고 구속 161km까지 찍힌 강속구와 140km 후반 포크볼에 한국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4강전에서 무너지긴 했지만, 노리모토 다카히로 역시 155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선보였다. 비록 4강에서 떨어졌지만, 일본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강속구 에이스를 보유했다. 적어도 10년은 한국전 등판이 가능한 에이스다.
특히나 일본은 에이스 계보가 쭉 이어지고 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시작으로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모두 메이저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그 계보를 오타니가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에이스가 없다. 우승을 하고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사실 이번 대회는 시작 전부터 투수 구성에 애를 먹었다. 류현진(LA 다저스)은 수술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통제로 참가 자체가 불가능했고, 올해 최고 투수였던 양현종(KIA)은 부상으로 빠졌다. 윤석민(KIA)은 올해 마무리로 활약했고, 역시 부상으로 최종 명단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래도 에이스인 김광현(SK)이 150km 빠른 공을 던졌지만, 일본 오타니와 노리모토처럼 계속 150km 강속구를 뿌리지는 못했다. 강속구 투수라는 이름은 예전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들 이후 150km를 툭툭 던지는 선발 에이스를 키워내지 못했다.
그나마 이대은(지바롯데 마린스)이 152~153km 빠른 공을 뿌렸지만,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었다. 결국 한국 선발진은 4강까지 7경기 61이닝 동안 30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쉽게 말해 상대를 압도하는 에이스가 없는 한국이다.
물론 150km 이상을 포수 미트에 꽂는 투수는 한국에도 있다. 다만 대부분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로 활약하고 있다. 조상우(넥센), 심창민(삼성) 등이 있다. 대부분 구단들이 경험 부족 탓에 어린 강속구 투수를 선발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불펜을 거친 뒤 선발 전환을 꾀하지만,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강속구를 던지는 에이스급 선발 투수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공을 빠르게 던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스피드는 물론 공에 힘이 실려야 하는데 그럴 만한 몸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김인식 감독은 “공을 던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순간에 힘을 모아서 던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체가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이번 대회를 보면 다른 나라 투수들은 하체 회전이 굉장히 빠르다. 오타니도 그렇고, 노리모토는 체격이 훨씬 작아 보이는데도 강속구를 던진다. 공에 힘이 실리려면 결국 체력, 하체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지도자들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