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간다, 이제 자리 났지?' 삼성은 주장 박석민(가운데)이 FA 시장으로 나간 아쉬움을 남겼지만 구자욱(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채태인, 박해민, 박한이 등 주전들의 교통 정리라는 위안도 생겼다.(자료사진=삼성, 노컷뉴스)
삼성이 주장 박석민(30)을 놓쳤다. FA(자유계약선수)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마감 시한 안에 계약하지 못했다.
삼성은 28일 박석민과 FA 계약 발표를 내놓지 못했다. 자정까지도 협상했던 일부 구단, 선수와 달리 5시간 전에 테이블을 철수했다는 소식이다. 금액 등 계약 조건에 대한 이견 차가 상당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일단 박석민은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시장에 나왔다. 박석민은 올해 135경기 타율 3할2푼1리(13위) 26홈런(13위) 116타점(7위)을 올렸다. 2004년 데뷔 후 통산 10시즌 1027경기 타율 2할9푼7리 974안타 163홈런 638타점을 올렸다.
박석민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삼성과 계약 무산은 다소 의외다. 그동안 장원삼, 윤성환, 안지만 등 FA들의 내부 단속은 단단히 했던 삼성이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2004년 삼성에 1차 지명으로 계약금 4억7000만 원에 입단했다. 이후 적응기와 상무를 거쳐 2008년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특히 2012년부터 통합 4연패를 이룬 주역이었다. 최형우, 채태인 등과 2010년대 삼성을 이끈 중심 타선이었다. 올해는 주장을 맡아 정규리그 5연패르 이끌었다. 다만 주축 투수 3인방의 도박 스캔들 공백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은 무산됐지만 올해 박석민의 리더십은 호평을 받았다.
일단 박석민은 시장에 나왔다. 삼성에 다시 기회가 오리라는 보장은 쉽지 않다. 최근 4년 연속 3할 이상 타율에 25홈런, 80타점 이상을 올려줄 우타자 공백을 메우기도 어렵다.
▲조동찬, 배영섭도 출전 기회 줘야
'우리도 이제 자리 나는 거야?' 삼성 내야수 조동찬(왼쪽)과 외야수 배영섭.(자료사진=삼성)
다만 삼성은 우려가 예상된 주전들의 교통 정리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된 점은 위안거리다. 두터운 선수층으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인 주전 활용도에 대한 해법이다.
올해 삼성은 신인왕 구자욱(22)의 등장으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했다. 구자욱은 올해 타격 3위(3할4푼9리)에 이를 정도로 빼어난 타격 솜씨를 뽐냈다. 그러나 우익수 박한이, 1루수 채태인 등 주전들이 버티고 있어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 이들의 부상으로 잡은 초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구자욱은 박석민이 부상으로 빠졌던 3루수로도 출전했다. 외야는 물론 1, 3루 수비도 가능한 멀티 자원이었기에 구자욱은 올해 삼성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후 부상에서 복귀한 주전들에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부상 재활을 하는 동안 정말 불안했다"고 털어놓은 채태인 등 기존 멤버들을 다독여야 하기도 했다. 수비의 달인이자 도루왕 박해민도 한때 구자욱에 밀려 벤치에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박석민이 빠져나간 것은 아쉽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구자욱이 3루를 맡는다면 자연스럽게 삼성 야수진의 교통 정리는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다른 팀이라면 주전급인 조동찬에게도 출전 기회를 줘야 한다. 군에서 제대한 외야수 배영섭도 있다.
삼성은 주축 투수들의 도박 스캔들로 예전처럼 시원하게 지갑을 열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때문에 박석민이 빠져 나간 전력 보강을 위해 외부 FA 영입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 그나마 내년 우려된 주전들의 출전 교통 정리는 해결할 실마리는 찾은 데 위로를 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