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조정 사건이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단독 문광섭 부장판사는 30일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위자료 1억원씩 지급하라며 신청한 민사조정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정을 아니하는 결정'은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하는 조정 사건에서 조정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내리는 결정으로, 조정신청일에 사건은 일반 민사합의부로 이송된다.
앞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013년 8월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정부는 올해 두 차례 조정기일에 응하지 않는 등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배춘희·김외한 할머니가 별세해 원고는 10명으로 줄었다.
이에 소송을 대리하는 김강원 변호사는 지난 10월 23일과 이달 24일 두 차례에 걸쳐서 재판부에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내려달라는 신청을 냈다.
현재 국내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위안부 관련 소송은 이 사건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는 만큼 정식 재판에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수도권의 한 현직 판사는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사기업이 아닌 주권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성격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양국이 합의문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밝힌 만큼 재판부는 이번 합의로 인해 배상 문제가 종결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외교부를 상대로 한·일 합의문이 국제법상 조약인지 신사협정인지 판단할 관련 문서와 교환 서한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합의문이 서면 형식이 아니라면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에 해당한다고 송 변호사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