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 (사진=KOVO 제공)
OK저축은행 주전 세터는 이민규다. 이민규가 흔들리면 여지 없이 OK저축은행도 무너진다. 4라운드 막판 3연패가 딱 그랬다. 이민규의 토스가 시몬, 송명근에게 쏠리면서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대한항공에 연패했다.
이처럼 이민규는 OK저축은행이 V-리그 2연패로 향하는 키(key)다.
결국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이민규 살리기에 나섰다. 간단하다. 이민규가 잘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른바 기 살리기다.
OK저축은행은 주전 센터 김규민이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김세진 감독은 짧게 뛰더라도 포스트시즌 출전을 바라고는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주전 센터 박원빈 외에 한상길, 장준호, 김정훈 등으로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김세진 감독의 선택은 한상길이었다. 한상길의 신장은 194cm로 센터치고는 작다. 어쩔 수 없이 블로킹에 약점을 보인다. 그럼에도 한상길을 넣은 이유는 하나. 속공 능력 때문이다. 이민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다.
김세진 감독은 "이민규를 살리려면 가운데 공격도 필요하다. 최근 속공이 잘 안 맞아서 양쪽 공격에 의존했다"면서 "상대 공격이 화려하거나, 리시브로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하려면 블로킹 위주의 시스템을 선택했을 것이다. 오늘은 빠른 토스를 하는 이민규를 위해 한상길을 투입했다. 장준호를 마지막에 투입한 것도 이민규를 살리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세진 감독의 원하는 센터는 블로킹이 강한 센터다. 한상길과 장준호는 블로킹보다는 속공이 좋은 센터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이민규를 살리기 위해 블로킹 대신 속공을 선택했다.
김세진 감독은 "한상길과 장준호 모두 공격력은 좋은 선수다. 나쁘게 말하자면 감독을 잘못 만났다. 나는 블로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격이 조금 떨어져도, 양쪽에서 두들겨주고 센터에서는 블로킹만 잡아주면 된다"면서 "이민규를 살리기 위해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이민규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토스다. 하지만 김규민이 시즌 내내 부상을 달고 살면서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점프가 낮아진 김규민에 맞춰주려다 제 페이스를 잃었다. 하지만 5라운드 들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