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나 상비군은 500만원 정도의 금품이 있어야 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충격이다. 연일 정 모 전무를 중심으로 공개되는 대한수영연맹의 비리가 '태극마크'까지 적지 않은 돈으로 사고 판 것으로 밝혀졌다.
박석기 전 국가대표 감독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수영계의 비리 중 하나인 국가대표 자격과 박태환의 최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액수까지 공개했다.
박 감독은 1989년부터 2001년까지 대한수영연맹 소속 감독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스피도 소속으로 박태환을 전담 지도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부당함을 내부 고발했지만 영구제명당했다.
"매일 터져 나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정도까지 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박석기 감독은 수영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금품이 오갔다는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액수까지 밝혔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데 한 500~600만원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그는 "상비군도 500만원 정도가 있어야 된다"고 털어놨다.
기록경기인 수영에서 돈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사고팔 수 있는 기준도 충격적이다. "하위 선수가 상위 선수를 제치고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박석기 감독은 "빠져나가는 방법은 (성적이 낮은 선수를) 유망주 또는 장래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연맹에서 앞세우면 누구도 거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영연맹에는 국가대표 선발의 기준은 있지만 금품을 주고받은 결과로 만들어진 '유망주'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용과 함께 "대표 자격이 있어야 연맹의 추천서를 받고, 또 추천서를 받으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식의 거래가 있었다"고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상비군이나 대표팀에 뽑혀 가는 선수들에게 '대표팀에 들어오라'고 해도 '그런 사람들이 가는 곳은 안 간다'고 토로할 정도로 질서가 무너진 상황이다. 자기보다 못하는 사람도 들어가는, 돈만 있으면 들어가는 곳이 되다 보니 선수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굉장히 심각하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라고 한국 수영의 어두운 단면을 공개했다.
이어 "연맹이라는 조직이 선수를 위해서 존재하고, 선수를 육성하고 키워야 되는 의무를 가진 조직이지만 역할을 못하고 있다. 더 나쁘게는 선수의 꿈을 꺾는 일을 너무 자행했다"면서 "지금 집행부는 정 전무이사뿐 아니라 모든 이사가 한 집단이다. 몇 명을 보직 해임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같은 일을 계속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가 있는 이들을 징계해야 하는 법제상벌위원장까지 모두가 같은 집단의 인물이라고 꼬집은 박 감독은 박태환과 수영연맹의 갈등도 최근 비리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RELNEWS:right}
박석기 감독은 개인의 의견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수영 용품업체의 힘겨루기가 갈등의 시작"이라며 "대한수영연맹에 용품을 제공하는 A라는 회사가 있는데 박태환이 B라는 회사에서 후원을 받았다. 예정대로는 A회사가 박태환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B의 후원을 받으니까) 연맹에서도 난처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박태환이 해외훈련을 하면서 연맹과 사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