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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웃픈 농담' 날려버린 삼성의 '가공할 화력'

농구

    '류중일 웃픈 농담' 날려버린 삼성의 '가공할 화력'

    '승엽아, 너밖에 없다' 삼성 이승엽(왼쪽)이 2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3회 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선수의 1호 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류중일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대구=삼성)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두산의 시즌 2차전이 열린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전날 패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1일 삼성은 두산에 1-5로 졌다. 공식 개막전인 데다 신축구장인 라이온즈파크의 첫 공식 경기였다. 17년 연속 첫 홈 경기 매진을 이뤄준 2만4000 명 만원 관중 앞에서 당한 패배였다. 류 감독은 "이전 대구시민구장은 매진이어도 1만 명 남짓이었는데 2만 명 넘은 관중 앞이라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입맛을 다셨다.

    패인은 힘의 차이였다. 투타에서 모두 밀렸다. 선발 대결에서 차우찬이 더스틴 니퍼트와 같은 6이닝을 던졌지만 실점은 4개(3자책)으로 3개가 많았다.

    특히 두산과 같은 8안타를 치고도 4점이나 뒤졌다. 차이는 장타였다. 두산은 8안타 중 2안타가 홈런이었지만 삼성은 모두 단타였다. 여기에 뭉치지 못하고 흩어져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류 감독은 "그래도 야구의 꽃이 홈런인데 그게 안 나왔다"고 혀를 찼다. 전날 류 감독은 라이온즈파크 1호 홈런을 친 선수에게 "내 사비를 들여서라도 뭔가 주고 싶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경북고 3학년 시절인 1982년 당시 개장한 잠실구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인 만큼 라이온즈파크 첫 홈런에도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류 감독의 바람과 달리 1호 홈런의 주인은 삼성 선수가 아니었다. 3회 2점 홈런을 날린 두산 양의지가 역사에 남게 됐다. 이후 8회 민병헌이 쐐기 솔로포까지 날렸다.

    이에 류 감독은 "그렇다면 라이온즈파크 1호 홈런은 우리 박해민이라고 우겨야지 우짜겠노"라는 농담을 던졌다. 박해민은 지난달 22일 LG와 시범경기에서 1점 아치를 그린 바 있다.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개장 1호 홈런이었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는 경기가 아니가"라고 강조했다.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지만 삼성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웃지 못할 농담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홈런 2위이자 한 시즌 외국인 최다 기록(48개)을 세운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와 13위(26개) 박석민(NC)이 이적했다. 이들은 타점도 3위(137개), 7위(116개)에 오른 해결사들이었다. 그만큼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었다.

    삼성 구자욱이 2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1회 좌익수 쪽으로 큼직한 타구를 날린 뒤 응시하고 있다. 이 타구는 담장 최상단을 맞고 떨어져 구자욱은 아쉽게 삼성 선수의 라이온즈파크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대구=삼성)

     

    하지만 삼성은 삼성이었다. 사자군단의 혼 이승엽(40)과 '리틀 라이언킹' 구자욱(23)이 있었다. 이들이 사자군단의 장타력을 일깨우면서 류 감독의 걱정을 날렸다.

    장타의 물꼬를 튼 선수는 구자욱이었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선 구자욱은 상대 선발 유희관으로부터 좌익수 키를 넘기는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넘어갈 듯했던 공은 그러나 담장 가장 윗부분을 맞고 떨어졌다. 삼성 선수로는 라이온즈파크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던 구자욱은 아쉽게 2루타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구자욱의 장타는 삼성 타선을 일깨웠다. 박해민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간 구자욱은 아롬 발디리스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이후 삼성은 박한이와 백상원의 적시타 등 연속 4안타로 3점을 뽑았다.

    바통은 구자욱의 대선배 이승엽이 이어받았다. 이승엽은 3-2로 쫓긴 3회 1사에서 유희관을 두들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시속 120km 가운데 싱커를 통타한 비거리 125m 솔로포였다. 류 감독이 그토록 기다렸던 삼성의 라이온즈파크 공식 경기 1호 홈런이었다.

    이후에도 삼성은 장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5회 민병헌의 시즌 2호 2점포로 4-4로 맞선 6회 구자욱이 이번에도 힘을 냈다. 1사 2루에서 구자욱은 역시 유희관을 상대로 이번에는 오른쪽 담장을 맞히는 역전 1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역시 이번에도 담장 상단을 맞아 홈런이 되지 못했지만 5-4로 앞서가는 귀중한 점수였다.

    5-5 다시 동점이 된 8회도 삼성의 장타력이 빛났다. 선두 타자 백상원이 우중간 3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이어진 무사 1, 3루에서 김상수가 중월 2루타로 6-5로 앞서가는 적시타를 뽑아냈다. 사 2, 3루에서 삼성은 앞서 구자욱의 내야 땅볼과 박해민의 번트 안타로 2점을 더 내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삼성 장타쇼의 마침표는 4번 타자 최형우가 찍었다. 최형우는 이어진 2사 1루에서 두산 강동연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포를 날렸다. 10-5,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은 한방이었다.

    결국 삼성은 10-6 승리로 전날 패배를 설욕하고 라이온즈파크 첫 승을 거뒀다. 전날 장타가 전무했던 '똑딱이' 삼성은 이날만 2홈런 포함, 6개의 장타를 뽑아내며 화끈한 공격력을 뽐냈다. 류중일 감독의 웃픈 농담을 무색케 만들었던 삼성의 가공할 화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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