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과 초조, 상반된 양 金'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은 최근 투타의 안정 속에 7연승을 달리며 2연패를 향해 순항하는 반면 한화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선발 투수 부재와 코치진 불화설 등 악재 속에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자료사진=두산, 한화)
누구는 7연승인데, 누구는 7연패다. 시작은 같았다. 한 날짜에서 시작된 연승과 연패가 평행선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그야말로 '극과 극'의 양상이었다.
두산과 한화다. 두 팀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연승과 연패 기록을 함께 하고 있다. 두산이 거침없는 7연승의 신바람을 낸 반면 한화는 속절없는 7연패 침체에 더 깊이 빠졌다.
먼저 두산은 20일 케이티와 수원 원정에서 13-4 낙승을 거뒀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5이닝 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타선이 장단 16안타를 몰아쳤다.
한화는 같은 날 롯데와 부산 원정에서 4-10 패배를 안았다. 그래도 믿을 만한 선발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3⅓이닝 6실점(4자책)으로 무너졌고, 타선은 0-9로 뒤진 뒤에야 터졌다.
두산은 이날까지 단독 1위를 질주했다. 11승3패1무, 10개 팀 중 유일한 승률 7할대(7할8푼6리)다. 반면 한화는 2승13패 승률이 역시 유일한 1할대(1할3푼3리)다. 두 팀의 승차는 9.5경기, 두 자릿수를 앞두고 있다.
▲12일 맞대결 이후 '천당과 지옥'이 갈렸다공교롭게도 두 팀의 천국과 지옥은 같은 날 시작됐다. 그것도 맞대결에서부터다. 지난 12일 대전에서 시작된 시즌 첫 3연전이었다. 여기서 두산의 축복이 시작됐고, 한화의 재앙이 펼쳐졌다.
이날 전까지만 해도 두산과 한화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당시 두산은 4승3패1무, 승률 5할7푼1리, 넥센에 0.5경기 차 2위였고, 한화는 2승6패(승률 2할6푼)로 최하위였지만 두산과는 3경기 차였다. 한화가 3연전을 모두 잡으면 승차를 없앨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부터 두 팀의 운명은 엇갈렸다. 두산은 안정된 선발진과 활발한 타선 등 공수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고, 한화는 선발진 붕괴와 타선 침체 등 이번 3연전이 엇박자의 예고편이나 다름없었다.
'든든한 선발, 불안한 선발' 두산 마이클 보우덴(왼쪽)은 올 시즌 3연승, 평균자책점 0점대의 완벽투를 펼치는 반면 한화 송은범은 올해 3연패, 7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고전하고 있다.(자료사진=두산, 한화)
12일 두산은 선발 마이클 보우덴이 5이닝 2실점(1자책) 호투했고, 한화 송은범은 4⅔이닝 3실점으로 밀렸다. 두 팀의 안타는 9개로 같았지만 두산은 홈런에서 2-0, 볼넷에서 10-3으로 앞섰다. 한화는 불펜 실점도 0-5로 밀리는 등 모든 면에서 뒤졌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두 팀 타선은 안타수 15-15로 맞섰지만 영양가는 두산이 높았다. 그 중 하나가 2회 터진 민병헌의 만루홈런이었다. 여기에 한화의 실책 2개에 편승해 2점을 내는 등 7-3으로 이겼다. 마운드가 무너진 한화는 타선도 응집력이 떨어졌다.
14일은 그야말로 두 팀의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된 경기였다. 두산은 선발 니퍼트가 6이닝 2실점으로 제몫을 해냈고, 타선이 장단 14안타를 뽑아내는 등 투타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화는 선발 김용주가 ⅔이닝 만에 4실점으로 무너졌고, 타선은 5안타 2실점에 그쳤다. 2-17 대패는 한화 고난의 그야말로 서막에 불과했다.
▲'환상 조화' 두산 vs '총체적 난국' 한화이 3연전을 계기로 두 팀은 더욱 뚜렷하게 대조적인 길을 갔다. 두산은 3연승의 여세를 몰아 승승장구한 반면 한화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두산은 만만찮은 상대들을 제치고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한화전 3연승으로 1위로 올라선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KS) 상대인 삼성을 거푸 꺾었다. 7-2, 6-2 승리로 투타에서 완벽하게 삼성을 압도했다.
'2연패 가자!' 두산 선수들이 지난 17일 삼성과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모여서 기쁨을 나누는 모습.(자료사진=두산)
올해 환골탈태한 신생팀 케이티도 두산의 상승세에는 작아졌다. 19일 에이스 대결의 한 점차 접전 승부에서도 이겼고, 20일에는 타선이 폭발했다. 7연승 동안 두산 선발진은 평균 5⅔이닝을 책임졌고, 타선은 평균 8.7점을 내줬다.
반면 한화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사상 첫 개막 2연속 연장 끝내기 패배를 안긴 LG에 또 다시 연패를 안았다. 15일 2-18 대패를 안은 한화는 비로 하루를 쉰 뒤 17일에도 4-6으로 졌다.
그 사이 일본인 1군 투수코치가 돌연 사표를 내는 등 구단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등 내우외환이 겹쳤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와 이태양, 안영명, 배영수 등 선발 자원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 팀 분위기까지 어수선해졌다.
19일 롯데 원정을 앞두고 선수단이 삭발 투혼으로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끝내 연패를 끊지 못했다. 3-1로 앞서 승리의 기운이 돌던 8회 2사에서 통한의 실책이 나오며 연장 10회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이 기간 한화 선발진은 19일 심수창 외에 단 한번도 5회를 넘기지 못했고, 19일 외에 모두 선취점을 내주고 끌려갔다.
'삭발 투혼마저...' 한화 선수들이 지난 19일 롯데와 원정을 앞두고 머리를 짧게 깎은 가운데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자료사진=박세운 기자)
이제 두산과 한화는 21일 각각 케이티, 롯데와 원정을 마무리한다. 현재 분위기와 선발 대진이라면 한화의 연패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 선발 김민우는 3연패에 평균자책점(ERA)이 9.82, 롯데 박세웅은 2승 ERA 0.79다.
두산은 선발 노경은이 올해 1패 ERA 10.80으로 부진해 엄상백(1패, ERA 3.27)에 밀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상승세의 타선과 단단한 불펜에 기대를 건다. 케이티에 져도 분위기에는 큰 타격은 없을 터.
만에 하나 두 팀의 연승, 연패가 이어진다면 공교롭게도 다음 상대로 만난다. 운명의 지난 12일 뒤 꼭 10일 만에 이번에는 잠실에서 만난다. 한화로선 이 기분나쁜 연승, 연패의 평행선을 끊어야 할 처지다. 극과 극 행보를 보이고 있는 두산과 한화. 과연 연승과 연패, 어떤 것이 먼저 멈추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