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시카고 컵스는 악연이 있다.
강정호는 작년 수비 도중 컵스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 무릎을 심하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컵스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가 던진 공에 등을 맞기까지 했다.
4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아리에타의 공은 강정호 머리 방향으로 날아왔고, 깜짝 놀란 강정호가 몸을 돌려 목에 가까운 등 부근에 강타당했다.
작년에도 17개의 몸에 맞는 공으로 메이저리그 4위에 올랐던 강정호는 복귀 후 7경기 만에 2번 맞았다.
2-0으로 앞섰던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몸에 맞는 공 이후 병살타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2-8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에는 피츠버그와 컵스는 인터뷰를 통해 아리에타 투구의 고의성을 놓고 설전까지 벌였다.
피츠버그 시각에서는 충분히 의심할만했고, 컵스는 결과적으로 이 장면 덕분에 승리를 거뒀다.
양 팀의 경기는 16일에도 계속됐다.
3연전 마지막 피츠버그는 에이스 개릿 콜을, 컵스는 존 레스터를 내세웠다.
팽팽한 투수전이 벌어진 가운데, 침묵을 깬 건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0-0으로 맞선 7회초 2사 2루에서 타석에 등장, 레스터의 시속 148㎞ 높은 직구를 가볍게 밀어쳐 우중간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7회 1사까지 노히트 경기를 펼치던 레스터는 강정호에게 일격을 당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강정호의 설욕전은 9회에도 계속됐다.
1-0으로 살얼음과 같은 리드를 지키던 팀에 홈런으로 귀중한 1점을 더했다.
컵스는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9회말 마지막 기회를 엿보기 위해 마무리투수 헥터 론돈을 올렸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강정호를 상대로 론돈은 좀처럼 빠른 공을 던지지 못했다.
6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져 풀카운트가 됐고, 컵스 배터리는 마지막 결정구를 몸쪽 강속구로 선택했다.
그리고 강정호는 기다렸다는 듯 론돈의 시속 155㎞ 강속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복귀 후 8경기 만에 홈런 4개를 터트렸고, 지난 12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나흘 만에 다시 한 번 손맛을 본 강정호다.
이날 강정호는 팀의 2득점을 홀로 책임졌다.
피츠버그는 지구 라이벌 컵스에 2-1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고 2연패 뒤 1승을 신고했다.
전날 사구에도 강정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강정호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깔끔한 방법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경기 후 강정호는 현지 중계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7회 결승 2루타를 친 상황에 대해 "(상대 선발) 레스터가 너무 잘 던졌고, 득점권에 주자가 있던 7회 찬스가 중요했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친 것이 잘 이어졌다"고 답했다.
9회 론돈의 강속구 역시 "한가운데 실투로 직구가 와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답한 강정호는 "6개 연속 슬라이더가 왔고, 마지막에 직구 하나 던질까 예상했는데 마침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피츠버그는 에이스 콜이 8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쳐 시즌 4승을 수확했다.
강정호는 "어제 콜과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다행히 콜과 팀 모두 승리를 챙겼다"고 미소 지었다.
이제 강정호는 복귀 후 처음으로 홈팬들 앞에 선다.
피츠버그는 17일부터 PNC 파크에서 10연전을 벌인다.
강정호는 "너무 기대되고 빨리 (홈팬들이) 보고 싶다. 홈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길 기대한다"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