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원 온 성공하면 환호 받는다며?" 조직위원회에서 골프 해방구로 지정한 15번 홀에서 연습 중인 선수들. (사진=KPGA 제공)
골프장은 조용하다. 갤러리들은 선수들이 샷을 할 때 숨을 죽이고 바라본다. 작은 소리에도 선수들의 샷이 흔들린다는 이유다. 샷이 끝난 뒤 '와~' 탄식을 뱉는 정도가 응원의 전부였다.
실제로 최경주는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에 흔들린 경험이 있다. 결국 최경주는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에서 휴대전화를 골프장 입구에 맡기면 선물을 준다는 공약까지 냈다. 덕분에 휴대전화 카메라 소리는 물론 벨소리도 없는 조용한 대회가 됐다.
이처럼 침묵이 곧 갤러리들의 에티켓이었다.
하지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는 조금 다르다. 적어도 15번 홀에서는 갤러리들이 침묵할 필요가 없다.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환호는 물론 야유를 퍼부어도 문제 없다. 선수가 티샷을 할 때도 상관 없다.
대회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이른바 '골프 해방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 16번 홀을 국내 대회에 적용했다. 피닉스 오픈 16번 홀에는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갤러리 스탠드가 있다. 다른 홀은 기존 대회처럼 조용히 선수들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지만, 여기에서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소리를 질러도 된다.
조직위원회는 피닉스 오픈 16번 홀처럼 맥주도 선착순으로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조직위원회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골프는 익사이팅한 스포츠'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원 온에 성공해야 해." 15번 홀에서 연습 중인 최진호. (사진=KPGA 제공)
단순히 소리를 지르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한 것은 아니다.
조직위원회는 파 4홀인 15번 홀에서 원 온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장의 거리는 고작 317야드. 남자 선수라면 충분히 원 온이 가능한 거리다.
선수들에게는 부담 가득한 15번 홀이다. 원 온에 성공할 경우에는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겠지만, 원 온에 실패하면 평소 듣기 어려운 야유까지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티샷을 하는 도중에도 갤러리들의 환호 및 야유를 이겨내야 한다.
또 1번 홀에 설치된 갤러리 스탠드에서는 선수들의 스윙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티샷 전에는 선수들의 이색 인터뷰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