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 시각) 열린 브라질과 페루의 '2016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페루의 라울 루이디아스가 '신의 손'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득점을 기록했다. (사진=코파아메리카 중계화면 캡처)
'신의 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 8강에서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초반 상대 문전에 높게 뜬 공을 왼손을 이용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심판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 번복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라도나는 이후 혼자 60m를 질주하면서 골키퍼 포함 무려 6명을 제쳐내면서 한 골을 더 추가했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활약을 등에 업고 2-1로 승리,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서도 '신의 손' 사건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당시 마라도나는 득점 상황에 대해 "신의 손에 의해서 약간, 나머지는 마라도나의 머리(a little with the head of Maradona and a little with the hand of God)"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2002년 자서전을 통해 손으로 골을 넣었다고 인정했다.
'신의 손' 사건이 코파 아메리카에서 재연됐다.
13일(한국 시각) 미국 메사추세츠주 폭스버러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조별예선 B조 3차전. 브라질과 페루가 8강행 진출을 놓고 벌인 일전에서 '신의 손' 논란이 일었다.
후반 30분 페루의 라울 루이디아스는 앤디 폴로가 측면에서 올려준 공을 손으로 밀어 넣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주심에 달려가 거칠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이 골로 브라질은 0-1 패배를 당했고 8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사건의 당사자 루이디아스는 "공은 내 허벅지를 맞았다"고 밝히며 '신의 손'을 부인했다. 그러나 루이디아스의 발언과 달리 중계카메라에는 허벅지가 아닌 손에 맞는 모습이 잡혔다. 마라도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신의 손'도 승패에 영향을 끼쳤기에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신의 손' 논란, 양심선언으로 잠재운 클로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지난 2005년 나폴리와의 세리에A 경기에서 자신의 손에 맞고 들어간 골이 득점으로 인정되자 주심에 다가가 양심 선언을 하고 판정을 번복시켰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 maketh man)"
영화 킹스맨에 나온 유명한 명대사이다. 축구에서 매너란 상대방을 존중하고 주어진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잘못을 깔끔히 인정하는 것 또한 매너의 일부다. 이 매너를 가장 잘 보여준 선수가 바로 전차군단 독일의 축구 영웅 미로슬라프 클로제다.
월드컵 최다골 기록(16골)을 보유한 클로제는 뛰어난 득점 능력 외에도 탁월한 인성을 갖춘 선수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클로제 역시 과거 '신의 손' 논란을 일으킬 만한 사건을 겪은 바 있다. 라치오에서 뛰던 2012년 9월 나폴리와의 세리에A 경기에서 전반 4분 코너킥을 머리로 맞춰 선제골을 기록했다. 주심 역시 클로제의 득점을 인정한 상황. 하지만 실제로 공은 머리가 아닌 손에 맞았고 클로제는 주심에 다가가 이 사실을 고백해 판정이 번복됐다.
나폴리 선수들은 양심을 속이지 않은 클로제를 감싸 안으며 고마움을 드러냈고 당시 나폴리의 주장 파올로 칸나바로도 "(클로제는) 상을 받을 만하다"는 말로 존경심을 표했다.
클로제는 독일 분데스리가 브레멘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매너 있는 보습을 보여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2005년 빌레펠트전에서는 골키퍼와 충돌 후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주심에게 다가가 "골키퍼가 먼저 공을 터치했다"는 양심선언으로 페널티킥을 무효화시키기도 했다.
팀에 입장에서 이런 고백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방 존중을 중요시하는 스포츠에서 매너는 필요가 아닌 필수 덕목 중 하나다. 그러나 페루의 루이디아스는 이런 논란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브라질을 잠재운 '신의 손'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