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포였는데...' SK 최승준이 7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1-2로 뒤진 3회말 역전 3점 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하는 모습.(인천=SK)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한화의 시즌 8차전이 열린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경기 전 김용희 SK 감독은 최승준(28) 얘기가 나오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최승준은 6월 MVP에 뽑힐 만큼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달 최승준은 리그 최다인 11개의 홈런을 쏘아올렸고, 최고 장타율(7할8푼3리), 타점 2위(24개)의 맹타를 휘둘렀다.
데뷔 11년 만에 비로소 잠재력을 꽃피웠다. 2006년 LG에 입단한 최승준은 지난해까지 통산 36경기에 출전해 홈런 2개가 전부일 만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SK로 이적한 뒤 미완의 거포 딱지를 뗐다.
김 감독은 "LG에서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었던 최승준이 SK에서 경쟁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요인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이 나다 보니 자신감이 커진 게 올해 활약으로 이어졌다"고 칭찬했다.
이날도 최승준은 MVP급 활약을 펼쳤다. 1-2로 뒤진 3회말 2사 2, 3루에서 최승준은 한화 선발 송은범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속 137km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긴 힘이 돋보였다.
경기가 정상적으로 흘렀다면 최승준의 한방은 결승포가 됐을 터였다. 선발 메릴 켈리가 7회까지 3실점 호투를 펼쳐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SK였다. 이날 선수단에 MVP턱으로 피자 25판을 돌린 최승준이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할 분위기였다.
SK 선발 메릴 켈리가 7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그러나 8회 갑작스러운 근육통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인천=SK)
하지만 8회 경기가 꼬였다. 7회 공수 교대 뒤 마운드에 오른 켈리가 갑작스러운 오른 허벅지 뒷근육 통증을 호소한 것. 켈리는 교체를 원했으나 심판진은 규정에 따라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8분의 시간이 흘렀다. 애초 심판진은 켈리의 부상을 심각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경기를 속행하면 됐지만 4심이 모여 협의하고 양쪽 벤치에 설명을 하는 등 불필요한 과정을 거친 것. 적잖은 시간을 기다린 선수들, 특히 그라운드에 서서 대기한 SK 수비진의 집중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결국 SK는 1사 뒤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유격수 헥터 고메즈가 2루 도루를 하던 한화 이용규를 잡는 과정에서 완벽한 아웃 타이밍의 송구를 놓치고 만 것. 2사에 주자가 없어질 상황이 1사 3루로 바뀌었다. 바뀐 투수 문광은은 김태균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맞고 흐름을 내줬다.
맥이 풀린 SK는 이후 윌린 로사리오, 송광민의 2점포 등 8회만 무려 11점을 내줬다. 8회 나온 한화의 장단 11안타는 역대 한 이닝 최다 타이다. 11점도 올 시즌 한 이닝 최다 타이 득점. SK로서는 재앙과도 같았던 8회였다.
결국 SK는 4-14 역전패로 한화전 3연패를 끊지 못했다. 결승포가 됐어야 할 최승준의 홈런도 다소 빛을 잃었다. 다만 최근 5경기 연속 홈런의 상승세와 팀 19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이은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최승준은 시즌 19호 홈런으로 이 부문 4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