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악몽 털었다' KIA 김원섭(오른쪽)이 13일 SK와 홈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뒤 김주찬(16번)과 함께 김기태 감독, 조계현 코치 등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광주=KIA)
7월 KIA는 희망에 부풀었다. 리그 정상급 마무리 임창용(40)의 징계가 풀려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리그 블론세이브 1위(14개)의 불안한 뒷문을 잠가줄 천군만마였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에서 6위로 떨어진 순위도 다시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임창용이 합류한 KIA는 오히려 경기가 꼬였다. 임창용이 1군에 올라온 뒤부터 3연패를 안았다. 특히 지난 3일 넥센과 고척 원정에서는 임창용이 2점 앞선 9회 올라왔으나 보크와 폭투 등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연장 11회 끝내기 패배까지 안았다.
이후 KIA는 케이티를 만나 연승을 달렸다. 임창용도 7일 3점 차 리드를 지켜 친정팀 복귀 뒤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내친 김에 KIA는 1위 두산과 주말 3연전도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7월 초 악몽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9일 임창용이 연장 끝내기 패배를 안긴 했지만 유격수 실책에 의한 실점이었다.
그랬던 임창용과 KIA는 다시 악몽을 겪었다.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와 홈 경기에서 임창용이 블론세이브를 추가했고, KIA는 연장 끝에 허무한 패배를 안았다.
3-2로 앞선 8회 2사 2루에서 등판한 임창용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9회 연속 안타로 몰린 1사 만루에서 임창용은 희생타로 동점을 허용,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결국 KIA는 연장 10회 박정권의 3점포, 최정의 솔로포를 내줘 3-7 대역전패했다. 이날은 임창용이 타이거즈 소속으로 1998년 이후 18년 만에 고향 광주에서 등판한 날이라 더 뼈아팠다.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에이스 양현종(4승7패)의 불운도 이어졌다.
▲박희수 헤드샷 퇴장 이후 김원섭 끝내기그런 KIA인 만큼 13일 경기는 중요했다. 자칫 전날 후유증이 이어질 경우 연패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승부는 전날과 비슷하게 흘렀다. SK가 먼저 달아나고 KIA가 따라붙는 형국이었다. KIA는 1-2로 뒤진 7회 김주찬이 천금의 동점 솔로포를 날렸고, 다시 2-3로 뒤집힌 8회는 이홍구의 좌중간 적시타로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날처럼 연장으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두 팀 모두 마무리를 투입해 필승 의지를 다졌다. 임창용은 9회 등판해 1피안타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막아냈다. 동점이 된 8회 2사 1, 3루에서 등판한 SK 박희수도 9회 안타 1개를 맞았지만 2아웃까지 잡아냈다.
'호랑이 창용불패, 18년 만의 귀환' KIA 임창용이 13일 SK와 홈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며 타이거즈 소속으로 18년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광주=KIA)
하지만 박희수는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내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2구째 시속 138km 직구가 KIA 서동욱의 헬멧을 강타한 것. '투수가 직구로 타자 머리를 맞히면 자동 퇴장'이라는 이른바 헤드샷 규정에 따라 박희수는 곧바로 그라운드에서 물러났다.
의외의 상황에 SK는 부랴부랴 문광은을 대신 올렸다. 준비가 덜 된 문광은은 결국 김원섭에게 2루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맞았다. 전날 그렇게 나오지 않았던 KIA의 4점째가 만들어지며 경기가 끝났다.
사실 연장으로 갔다면 KIA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SK는 10회부터 정의윤, 최승준 등 중심 타선의 공격이었고, KIA는 만약 김원섭에서 9회말이 끝났다면 10회는 8번 하위 타선부터였다. 더군다나 임창용은 전날 블론세이브 부담이 있던 터였다.
하지만 박희수의 공 1개로 상황이 급변했고, KIA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 그러면서 임창용은 KIA 복귀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역시 1998년 9월24일 쌍방울전 이후 얻어낸 18년 만의 승리였다. 전날 아쉬움을 털어낼 계기는 마련됐다.
KIA도 순위 싸움의 동력을 얻었다. 이날 승리로 KIA는 삼성에 대역전승을 거둔 롯데와 승률 4할6푼9리 동률로 공동 5위를 유지했다. 14일 경기 결과에 따라 전반기를 5위로 마무리할 기회를 얻었다. KIA에 적잖은 선물을 안겨준, SK로서는 아쉬운 박희수의 헤드샷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