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마린보이' 박태환이 14일 오후 호주 전지훈련을 마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린보이' 박태환(27)이 명예 회복과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국가대표 자격 논란 속에 호주 전지훈련을 마친 박태환은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떠날 때는 무거웠지만 돌아온 박태환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보였다. 길었던 대한체육회와 갈등 끝에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게 됐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대표팀 합류 소식을 전해 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돼 기뻤다. 출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했던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박태환은 지난 2014년 9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를 받았다. 지난 3월 징계가 풀렸지만 '도핑 징계 선수는 이후에도 3년 동안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한다'는 체육회 규정에 발목을 잡혀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이에 박태환은 '이중 처벌'이라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국내 법원에 제소, 마지막 올림픽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결국 지난 1일 국내 법원에 이어 8일 CAS도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며 극적으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수영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마린보이' 박태환이 14일 오후 호주 전지훈련을 마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징계 기간이 길어 실전 감각이 무뎌진 데다 나이도 적잖아 2012년 런던올림픽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태환은 그러나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해서 올림픽에서 못하면 안 된다"면서 "첫날 열리는 자유형 400m를 좋게 마무리한다면 나머지 종목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400m에서 사상 첫 한국 수영의 금메달을 따냈고, 런던에서도 부정 출발 판정과 번복이라는 악재 속에 은메달을 따냈다.
메달의 관건은 자신감이다. 박태환은 "맥 호튼(호주), 쑨양(중국) 등은 올해 400m 기준 기록이 나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짚었다.
자신을 믿고 성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박태환은 "실망시켜드린 부분이 너무 많다"면서 "올림픽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잠시 동안 귀국이지만 휴식은 없다. 박태환은 15~1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리고 17일에는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리우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과연 마린보이가 브라질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명예 회복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