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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토종 MVP 실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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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토종 MVP 실종 사태'

    '나 가면 네가 왕이다' 2015년 MVP 시상식에서 NC 테임즈(왼쪽)가 수상하자 경쟁자이자 2012, 2013 수상자 박병호가 꽃관을 씌워주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DB)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가 올스타 휴식기를 끝내고 19일부터 후반기에 돌입한다. 두산과 NC의 정규리그 우승 경쟁과 가을야구를 향한 치열한 5위 싸움, 최하위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탈꼴찌 레이스가 숨가쁘게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못지 않게 팬들의 이목을 끄는 부문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경쟁이다. 올 시즌 KBO 리그를 가장 빛낸 선수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전반기만 보면 에릭 테임즈(NC)와 더스틴 니퍼트(두산)의 2파전 양상이다. 테임즈는 홈런(25개), 득점(73개), 장타율(7할3푼), 출루율(4할6푼3리)에서 1위를 달렸고, 니퍼트는 다승(12승), 평균자책점(3.26), 승률(8할5푼7리)에서 선두였다.

    만약 후반기에도 이들이 기세를 잇는다면 MVP는 2년 연속 외인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프로야구 35년 역사상 처음이다. 자칫 토종 MVP의 기회가 드물어질 수 있는 전조가 될 수 있다.

    ▲34년 역사상 3명뿐이었던 외인 MVP

    KBO 리그 역사상 외국인 정규리그 MVP는 3명이 있었다. 외인 제도 도입 원년인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그리고 지난해 테임즈다.

    모두 KBO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쳤다. 우즈는 당시 한 시즌 최다인 42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가장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수립한 괴력이었다. 리오스는 당시 22승(5패) 평균자책점(ERA) 2.07을 거뒀다.

    1998년 정규리그 MVP 시상식에서 타이론 우즈(당시 OB)가 수상한 뒤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자료사진=두산)

     

    테임즈는 지난해 47홈런 40도루로 최초의 40-40 클럽을 개설했다. 여기에 장타율 7할9푼2리로 프로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의 7할4푼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타율(.381), 득점(130개), 출루율(.497)까지 4관왕이었다.

    외인이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KBO 리그는 18시즌을 치렀다. 용병들이 경이적인 힘과 기량을 보였지만 국내 선수들도 이에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은 우즈의 힘에 충격을 받아 웨이트 훈련량을 늘려 1999년 54홈런으로 1년 만에 우즈의 기록을 갈아치웠고, 2003년에는 당시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때려냈다.

    MVP도 우즈, 리오스 외에는 국내 선수들의 차지였다. 우즈 이후 이승엽이 4번 수상했고, 거포 박병호(현 미네소타)도 2번 영예를 안으며 토종의 자존심을 지켰다.

    ▲토종 MVP급 선수들, 줄줄이 해외로

    하지만 지난해 테임즈가 수상하며 리오스 이후 8년 만에 외인 MVP가 탄생했다. 올해도 토종 MVP의 가능성은 다소 떨어진다. 타율(.358)과 타점(76개), 안타(112개) 1위 최형우(삼성)가 있지만 팀 성적이 9위인 게 걸린다.

    이는 토종 MVP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다. 특급 국내 선수들이 해외 무대로 빠져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외인들이 득세하는 형국인 것이다.

    이미 MVP 단골이던 이승엽이 2004년부터 8년 동안 일본 무대에서 뛰었다. 그 사이 리오스가 수상한 것이다. 2006년 MVP 류현진은 2012시즌 뒤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0년 MVP 이대호(현 시애틀)도 2011년 뒤 일본으로 진출해 이제는 MLB에서 뛰고 있다. 2012, 2013시즌 MVP 박병호도 올해부터는 MLB 미네소타에서 뛴다.

    'MVP, 혹은 MVP급의 유출' 2013년부터 올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활약 중인 미네소타 박병호(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볼티모어 김현수, LA 다저스 류현진, 피츠버그 강정호.(자료사진=미네소타, 노컷뉴스DB, 피츠버그)

     

    비록 MVP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에 버금갔던 선수들도 줄줄이 해외로 나갔다. '끝판왕' 오승환은 2013시즌 뒤 일본으로 건너가 올해부터는 MLB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로 활약한다. 2014년 KBO 유격수 첫 40홈런-100타점(117개)을 올린 강정호도 이듬해부터 MLB 피츠버그 주전 내야수로 뛰고 있다. 김현수도 올해부터는 볼티모어의 타격 기계다.

    사실상 외인들을 견제할 토종 세력이 헐거워졌다. 올 시즌 뒤에는 2008년 MVP 김광현(SK)도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MLB의 문을 다시 두드릴 전망이다. 2011년 MVP 윤석민(KIA)은 이미 미국을 다녀와 복귀했다. 한화 간판 김태균도 일본을 다녀온 바 있다. 리그 정상급 토종들의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늘어난 외인-장수 용병, 애국 투표도 감소 추세

    이런 가운데 외인들은 2014년부터 더 많아졌다. 스타 유출에 시달린 KBO가 외인 타자 제도를 부활시키며 기존 2명에서 1명 쿼터가 늘었다. MVP 테임즈가 나올 수 있던 이유고, 더 많은 외인들의 수상이 점쳐지는 까닭이다.

    여기에 2011년부터 뛴 니퍼트 등 장수 용병도 많아져 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외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MVP 투표 유권자인 기자단과 중계 방송 관계자 등의 이른바 애국 투표 성향도 옅어지는 추세라 외인들의 수상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남은 선수들 중에 외인들의 타고난 힘을 대적할 만한 경쟁자가 많지 않다. 이승엽이나 박병호처럼 수십 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홈런 타자들이 드물다. 민병헌(두산), 나성범(NC) 등 완성형 타자들이 꾸준한 성적을 내지만 중장거리포라 확실한 임팩트를 주기 어렵고, 투수 중에는 김광현(SK), 신재영(넥센), 장원준(두산), 양현종(KIA) 등이 보이지만 니퍼트를 넘기에는 승수와 승운에서 뒤진다.

    MVP는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수가 받는 상이다. 한 해 가장 빼어난 기량과 의미있는 기록을 세운 선수라면 누구나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외인들의 독점은 자칫 리그의 정체성과 국내 선수들의 사기를 흔들 수 있다. 프로배구는 12시즌 동안 외인 MVP가 8번이나 됐고, 프로농구는 외국 선수상을 따로 둬 토종 MVP를 보장하기도 한다.

    프로야구는 그러나 국내외 선수 구분 없이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있다. 과연 올 시즌 MVP는 누가 차지할까. 외인들의 잇딴 수상을 막아낼 토종들의 반격은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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