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아, 축하해' 두산이 18일 김태형 감독(오른쪽)과 3년 재계약을 전격 발표하면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NC와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사진은 두 감독이 지난해 개막전을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는 악수를 하는 모습.(자료사진=두산)
18일 김태형 감독과 전격 재계약을 발표한 두산. 계약금 및 연봉 등 세부 사항은 시즌 뒤로 남겨둔 채 3년 기간만 양 측이 합의했다.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기를 막 시작하려는 시기에 나온 깜짝 발표였다. 기존 사령탑들의 재계약 발표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른 시점이다. 대부분 구단의 감독 재계약 여부에 대한 입장 정리는 시즌 후반기나 종료 뒤가 일반적이다.
2010년대 최강 삼성을 이끈 류중일 감독도 3년 계약 기간의 마지막 해인 2013시즌 뒤 재계약이 발표됐다. 물론 당시 2011년부터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만큼 구단과 교감이 조성된 부분은 있었다. 그래도 발표는 시즌 뒤였다.
애증의 SK와 김성근 감독(현 한화)도 마찬가지였다. SK는 지난 2008년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 감독과 재계약 방침을 발표했다. 시점은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반기인 9월 21일이었다. 물론 2011년 여름 김 감독은 재계약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인 구단 수뇌부와 갈등으로 자진사퇴를 발표하지만 그 시기도 8월 하순의 한여름이었다.
지극히 이례적인 '초여름' 재계약 발표는 김태형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구단의 의지다. 김 감독은 지난해 부임 첫 시즌부터 최강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올랐다. 올해는 전반기 정규리그 1위를 질주하며 두산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초보 사령탑임에도 노련한 지도력이 인정된 만큼 재계약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후반기를 앞둔 상황에서 재계약 발표는 그만큼 김 감독에게 남은 시즌을 부담없이 치를 발판이 된다. 김 감독도 "구단의 배려에 감사한다"면서 "앞으로도 두산이 최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두산, 5년 전 김경문 감독에게는 미온적두산의 이런 발빠른 행보는 대권 경쟁자 NC에도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구단과 감독의 끈끈한 유대를 과시한 셈이다. 선두 싸움에서 한 발 더 앞서가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공교롭게도 NC 사령탑은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감독이다. 김 감독은 지난 2003년 10월 두산을 맡아 2011년 중반까지 7시즌 반을 이끌었다. 6번이나 포스트시즌에 팀을 올렸고, 3번의 KS 진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2011년 6월 13일 김 감독은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재계약 여부와 관련해 앞날이 보장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심적 부담과 자존심 문제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두산을 강팀으로 이끌었지만 마지막 퍼즐인 우승이 없어 그룹 고위층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8년 SK와 한국시리즈 당시 두산 사령탑이던 김경문 감독의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DB)
이런 가운데 올해 두산의 이른 재계약 발표는 김경문 감독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은 시즌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 감독은 올해 3년 재계약이 만료되는 시즌이다. NC 역시 김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왔다. 2011년 8월 김 감독을 창단 사령탑으로 선임한 NC는 2014년 1월 3년 재계약했다. 계약 기간 한 시즌을 남긴 가운데서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후 김 감독은 2014년 정규리그 3위와 첫 포스트시즌 진출로 화답했다. 지난해는 정규리그 2위와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성과를 냈다.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한 신생팀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우승 노리는 NC-김경문 견제?하지만 NC는 KS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그동안 거액을 들여 꾸준히 선수들을 영입해왔다. 2013시즌 뒤 이종욱(4년 50억 원), 손시헌(4년 30억 원)에 이어 지난 시즌 뒤에는 박석민을 역대 최고액인 4년 최대 96억 원에 모셔왔다.
에릭 테임즈, 에릭 해커 등 최고 외인들도 아낌없이 지원했다. 테임즈와는 올해 연봉 150만 달러(약 17억 원), 해커와도 90만 달러(약 10억5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그동안 충분한 지원을 해준 만큼 구단의 우승 기대감도 그만큼 크다. 김 감독도 올해만큼은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NC를 단시간에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로가 크지만 올 시즌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김 감독의 재계약도 장담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일단 NC는 풍족한 지원 속에 올해 선전을 펼치고 있다. 47승28패2무, 승률 6할2푼7리로 전반기를 2위로 마쳤다. 1위 두산과는 4.5경기 차다. 두산이 넉넉하게 앞서 있지만 아직 후반기가 남아 있다. 두산은 전반기 83경기를 치렀지만 NC는 77경기만 소화했다. 6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라 NC가 두산을 따라잡을 여지는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 두산은 김태형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후반기를 앞두고 전격 재계약을 발표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의도 여부와 관계 없이 라이벌 NC에 상당한 자극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과연 발빠르게 움직인 두산의 승부수가 먹힐 것인가. 또 이에 맞서는 NC의 행보는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후반기 프로야구 최대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