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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의 리우 메신저] '태권낭자' 김소희 "제 경기에 비난 있는 거 알아요"

스포츠일반

    [박지환의 리우 메신저] '태권낭자' 김소희 "제 경기에 비난 있는 거 알아요"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힘내는 선수들

    김소희가 1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49kg급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올림픽에 참가해 전세계 선수들을 누르고 금·은·동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한국에 돌아가야 실감날 것 같아요."

    금빛과녁을 쏜 여자양궁의 장혜진, 기보배, 최미선도 그랬고 짜릿한 역전승으로 전국민을 열광시킨 펜싱 박상영 선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멘탈갑'일 것만 같은 올림픽 사격 3연패 진종오도 "인천공항에 들어가봐야 금메달을 딴 게 실감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하고 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혹독한 훈련을 거친 선수들 대부분은 메달을 따든 못따든 경기가 종료되면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특히 메달을 딴 선수들은 한국으로 돌아가 자신들을 반겨줄 국민들을 떠올리며 이곳 리우에서 잠자리를 설칩니다.

    여자양궁 장혜진은 메달을 딴 다음날 리우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귀국한 뒤 어떻게 보답할 지 모르겠다. 진심이다"라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리우올리픽에서 대한민국에 첫 메달을 안긴 여자유도 48kg급의 정보경.

    '유도공주' 정보경은 결승전에서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에게 절반을 허용하며 아깝게 금메달을 내줬고, 경기장에서 펑펑 우는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혀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결승전 다음날에 만난 정보경은 "사실 한국 언론에서 남자유도만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여자유도나 저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며 "보란듯이 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메달리스트 (왼쪽부터) 유도 정보경, 사격 진종오, 양궁 장혜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그리웠다는 얘깁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국민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경기 전후 기사도 찾아보고 댓글도 읽어봅니다. 25m 공기권총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진종오가 이후 인터넷 기사검색이나 댓글보기를 딱 끊고 경기에 집중해 50m에서 금메달을 딴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모두는 혹독한 훈련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될 때마다 올림픽 무대 시상식장에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겨낸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성원에 힘입어 비록 지고있는 경기에서도 마지막 힘을 쥐어짭니다.

    "한국에서 저에 대한 비난이 있는 거 알아요"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바하(Barra) 코리아하우스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따로 만난 김소희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태권도 종주국인게 창피하다" "태권도가 닭싸움이냐 도망다니는 경기를 펼쳤다" 등의 비판을 의식한 듯 서운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소희는 18일 결승에서 만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와 접전 끝에 7-6으로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땄습니다.

    2회전에서도 돌려차기 공격이 성공하며 한때 5-1까지 경기를 리드한 김소희는 3회전에서 점수지키기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다 7-6까지 쫓겼고 파이팅이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태권도 한국 대표 김소희 선수가 1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전에서 세르비아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소희 선수가 세프비아 티아나 보그다노비치 선수를 상대로 공격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 2회전에서 공격적으로 나가 3회전에서는 다리가 풀렸어요. 상대는 저보다 어리고 힘이 쎘구요."

    결승전 마지막을 떠올리는 김소희의 말에서는 격렬하게 방어하고 또 공격을 노렸던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김소희는 "태권도 기사를 많이 보는데 경기가 지루하다는 욕을 많이 먹는다. 대표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진짜 열심히 준비했으니 국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수지키기는 태권도 종목의 특수성이지 김소희 선수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울 일이 아닙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좀더 파이팅 넘치는 경기를 위해 2012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가로-세로 12m였던 경기장 사이즈를 8m로 확 줄였습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기존 사각형 경기장을 팔각형으로 만들어 뒷걸음질칠 공간을 18%나 줄였고 채점방식도 몸통회전차기와 얼굴회전차기에 고득점을 편성하는 등 역전 가능성도 고려했습니다.

    그럼에도 전세계 유수의 태권도 대표선수들은 1, 2회전에서 다량득점을 낸 뒤 통상 3회전에서는 큰 공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점수를 지키며 경기를 운영합니다. 김소희처럼 1, 2회전에서 선취점을 내는 것도 탁월한 기량입니다.

    태권도 경기룰의 문제이지 "도망다니는 결승전을 펼쳤다"며 김소희만을 비판할 일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소희가 경기장까지 찾아와 응원해준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엄마는 제천종로만두김밥집 사장님이에요, 운동하는라 일을 많이 못도와드렸는데 이제는 좀 도와드릴거에요" "아빠가 술 드시면 대리운전을 부르시는데 돈이 아깝잖아요. 얼릉 면허따서 아빠 모셔다드리고 싶어요" "4강에서 오른발목을 크게 다쳤는데 결승전에서 아픈 모습을 보이면 상대의 기세가 오를 것 같아서 티를 안내고 꾹 참았어요. 금메달을 따고도 너무 아파서 어제 2시간 밖에 못잤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제천에서 만두김밥집을 운영하며 자신을 뒷바라지한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효녀 김소희.

    대리비가 아까워 면허를 따고 싶고 가족들과 해외여행보다는 제주도나 남해 등 국내여행을 가고싶다는 소박한 청춘. 김밥집 딸.

    그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무책임한 손가락질에 앞서 4년간 피땀 흘리며 올림픽 메달만을 바라봐온 소박한 선수들의 큰 열정을 먼저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리우올림픽 슬로건 'Live your passion!'

    열정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은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격해하며 이곳 리우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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