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BL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들. (사진=KBL 제공)
신인 드래프트는 잔인하다. 누구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축제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잔인한 행사다.
지명을 받은 26명의 선수들 모두 신인이라는 똑같은 이름표가 붙여진다. 하지만 시작점은 분명히 다르다. 드래프트 1~4순위 지명자들은 7000만원~1억원의 연봉과 함께 3~5년의 계약기간도 보장된다. 5~10순위도 5000만원~7000만원 연봉에 3~5년 계약을 한다.
특히 황금 드래프트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2016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3순위로 뽑힌 이종현(모비스), 최준용(SK), 강상재(전자랜드)는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쉽게 말하면 정규직이다.
그런데 2라운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봉도, 계약기간도 다르다. 계약기간은 길면 4년이지만, 짧으면 1년이다. 흔히 말하는 비정규직, 바로 농구판 미생이다.
당장은 상위 지명자들에게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드래프트 지명 순위가 곧 고교, 대학에서 보여줬던 실력이기 때문이다. 2~3라운드 출신으로 프로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이현호(은퇴), 정병국(전자랜드), 이대성(모비스) 정도다.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생들에게도 꿈은 있다.
신인 드래프트의 스포트라이트는 1~3순위 지명자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가 모두 가져갔다. 2라운드부터는 환호도, 관심도 줄었다. 그래도 지명을 받고 단상에 오른 2~3라운드 지명 선수들은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2라운드 4순위로 동부 유니폼을 입은 맹상훈(경희대)은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앞 선수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라운드 6순위로 LG에 지명된 정인덕(중앙대)도 "2라운드 6순위지만, 1라운드 1순위라는 자신감으로 패기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3라운드 지명 선수들도 같은 각오다. 3라운드 1순위로 모비스의 지명을 받은 김광철(동국대)은 "늦게 지명됐고 그만큼 기대치도 낮겠지만, 노력해서 기대 이상으로 이름을 날려보겠다"고 말했고, 3순위 전자랜드 김승준(동국대) 역시 "잘 해서 순위판이 엎어지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드래프트 지명 자체가 특별했던 선수들도 있다.
2라운드 9순위로 SK에 지명된 김준성(일반)은 2014년 드래프트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겪었다. 농구를 포기하고 장례식장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실업팀을 거쳐 드래프트 재수에 성공했다. 2라운드 10순위 모비스 오종균(후지대)은 농구를 하고 싶어 일본으로 건너간 케이스다. 둘 모두 한국에서 운동할 장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프로의 지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