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연한(10년)이 지난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경기 후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많이 달리고 태클도 마다않는 전북의 경기 스타일상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다른 경기장보다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관리주체인 전주시설관리공단의 설명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 전북 현대와 전주시설관리공단에 분명한 임무가 내려졌다.
전북 현대는 FC서울을 1, 2차전 합계 5-3으로 꺾고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전북은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11년에도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쉬운 준우승에 그친 만큼 5년 만에 찾아온 결승전에서 10년 만에 우승한다는 분명한 목표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AFC가 20일 보낸 공문에는 최악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AFC는 10월 31일까지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최소한의 요구 조건에 미치지 못할 경우 5년 만에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다른 경기장으로 옮겨 치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북 구단은 물론, 서포터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선수들에게는 익숙한 경기장이 아닌 다른 경기장에서 홈 경기를 치를 경우 사실상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어웨이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결승전을 치르는 셈이다. 서포터 역시 가까운 내 지역의 경기장이 아닌 타 지역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실 AFC는 공문을 보내기에 앞서 전북 구단에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를 충분히 지적했다. 특히 결승전이 서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대결로 치러지는 만큼 중동 지역 경기장의 잔디 상태와 비교해 열악한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정상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전북 현대에 10월 31일까지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2016 아시아 챔피언그리스 결승 1차전을 다른 경기장에서 치르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2016년이 마지막, 새롭게 태어날 전주성의 잔디전북 구단 관계자는 “AFC 관계자가 상하이 상강과 8강 2차전, 서울과 4강 1차전에 잔디 상태를 확인했다. 상하이와 경기 이후 서울과 경기에 잔디 상태가 나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면서 “결승에 진출하게 되면 이 상태의 잔디로는 경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주시설관리공단에 보수작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AFC의 공문이 행정적인 절차라는 점을 강조한 이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내구연한이 10년인데 이미 이 시기를 지났다는 점”이라며 “그동안 전주시설관리공단에서 충분히 관리했지만 잔디의 수명이 다했다”고 아쉬워했다.
AFC와 전북 구단의 공식 요청에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관리를 담당하는 전주시설관리공단도 빠르게 움직였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20일부터 심각하게 훼손된 그라운드의 일부 지역의 잔디를 보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내 고장에서 열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다른 경기장으로 옮겨 치르는 최악의 상황은 반드시 막는다는 입장이다.
전주시설관리공단 월드컵운영팀 조창규 팀장은 “2002년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만들어지고 잔디 내구연한이 지난 상태”라며 “특히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더위에 약한 잔디인데 지난 여름의 전무후무한 무더위에 9월 한 달간 예년에 비해 많은 경기를 치렀다. 잔디의 싹이 올라오는 시기에 훼손이 많아 더욱 상태가 나빠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