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오재원 (사진=두산 제공)
"고의 4구요? 예상하고 있었어요."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은 NC 다이노스의 작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선수들에 기를 불어 넣는 제스처로 팀에 승리의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두산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연장 11회말 터진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타로 1-0 승리를 거뒀다.
양 팀은 선발과 중간계투의 호투로 정규이닝 동안 점수를 뽑지 못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11회말 두산의 공격을 앞둔 상황에서도 전광판의 숫자는 0-0이었다. 하지만 두산이 이를 깨트렸다.
두산의 선두타자로 나선 허경민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후속타자 김재호는 경기장 가운데로 높은 타구를 날렸다. NC의 김성욱은 공을 향해 달려갔지만 낙구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해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계속된 무사 1, 2루 찬스. 박건우의 우익수 뜬공 때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해 1사 2, 3루가 만들어졌다. NC의 투수 임창민은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낸 오재원을 고의 4구로 걸러내고 오재일과 승부를 택했다. 오재원은 고의 4구로 출루하는 상황이었지만 격한 몸짓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은 임창민의 3구를 잡아당겨 우익수 방면으로 날렸다. 나성범은 공을 잡고 홈으로 힘차게 공을 뿌렸지만 3루 주자 허경민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오재일의 타구는 결국 끝내기 희생타가 됐다.
오재원에 고의 4구를 내주고 만루 상황을 만들어 오재일에 병살타를 끌어내 이닝을 마치려던 NC의 작전은 결국 실패로 끝이났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오재원은 NC의 작전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사 2, 3루가 만들어졌을 때 (오)재일이가 '아마 형을 고의 4구로 거를 것 같다'고 하더라"며 "재일이가 침착하게 잘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오재원은 고의 4구를 받고 1루로 가던 중 더그아웃을 향해 파이팅을 외친 이유에 대해서는 "후속 타자로 나서는 오재일에게 힘을 넣어주기 위해 그랬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파이팅하라는 제스처였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나선 실전 무대. 추운 날씨 탓에 몸이 더 경직될 수 있었지만 오재원은 타격과 수비에 걸쳐 고루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오재원은 철저한 준비 덕에 이런 경기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기다리는 동안 정말 피곤할 정도로 많은 연습을 했다"며 "감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팀 동료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오재원은 "더스틴 니퍼트의 공이 진짜 좋았다. 수비 시프트를 생각할 겨를 없이 잘해줬다"고 추켜세웠다.
이날 선발로 나선 니퍼트는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오재원의 칭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