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2016' 우승자 김영근(사진=CJ E&M 제공)
1.167%. Mnet ‘슈퍼스타K 2016’(이하 ‘슈스케2016’)’의 결승전 시청률이다. 이번에도 이름값을 못했고,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단순히 ‘실패’라고 단정 짓기엔 일러 보인다. 분명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슈스케2016’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대 시즌 중 가장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시즌 넘버부터 떼어내며 새 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3~4명이던 심사위원은 7명으로 늘렸다. 전문성, 공정성, 예능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상징이었던 ‘슈퍼위크’도 폐지했다. 대신, 4개의 배틀 라운드를 도입해 서바이벌 구조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스케2016’은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걸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악마의 편집’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냈다. ‘락통령’이니 ‘힙통령’이니 하면서 화제 몰이를 위해 실력 이하 참가자들을 조명하지도 않았다. 이는 당장 이슈를 만들어내긴 어려워도 진짜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을 집중 조명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덕분에 ‘슈스케2016’은 진흙 속에 묻혀 있던 김영근이라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리산 소년’ 김영근은 그동안 꾸준히 ‘슈스케’ 문을 두드렸지만 고배를 마셔온 참가자다. 이번엔 달랐다. 변화를 시도한 ‘슈스케’는 김영근 같은 일반인 참가자를 조명하기에 제격이었다. 말주변이 없고 수줍음이 많아 방송 분량을 뽑아내긴 힘들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었던 김영근은 그렇게 5전 6기 끝에 빛을 봤다.
전 세계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한풀 꺾이는 추세다.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폭스TV ‘아메리칸 아이돌’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오디션 대신 기획사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이 활개를 친다. 올 초 대박이 난 Mnet ‘프로듀스101’이 대표적인 예. 끼와 경험이 많은 연습생들은 노래만 잘하는 일반인들 보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수월했다. “마지막”을 선언한 SBS ‘K팝스타’도 연습생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규칙을 바꾼 뒤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뚝심 있게 제 갈 길을 가며 변화를 시도하는 ‘슈스케’는 분명 존재가치가 있어 보인다. 또, 이제 김영근 같은 일반인 참가자가 빛을 볼 수 있는 곳은 ‘슈스케’밖에 남지 않았다 해도 무방하다. 김영근은 역시 최근 진행된 우승자 공동 인터뷰에서 “‘슈스케’는 저 같은 일반인도 도전할 수 있는 무대”라며 “노래를 잘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위해 계속되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슈스케’ 출신 가수들이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슈스케’는 이제 무명의 참가자를 곧바로 전 국민적인 스타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 그 대신, 가수의 꿈을 포기할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디딤돌 역할은 충분히 해주고 있다. 얼마 전 깜짝 음원 강자로 떠오른 볼빨간사춘기도 ‘슈스케’ 출신이다. 생방송 문턱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들은 방송 이후 약 2년 만에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비록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슈스케2016’에서 제2의 볼빨간사춘기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오디션에서 쌓은 내공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른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슈스케2016’를 ‘실패한 시즌’이라고 단정 짓는 건 너무 성급해 보인다.
‘슈스케2016’ 김태은 CP는 “이번 시즌 목표는 시청률이 아닌 ‘슈스케’의 본질을 찾는 것이었다”며 “빛을 보지 못했던 가수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노래했다는 점에서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이번 시즌은 내년, 내후년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시즌이었다”고 했다. 향후 ‘슈스케’가 존재 가치를 충분히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