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수들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엻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대한항공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큰 다른 팀들에 탄탄한 전력으로 그 경계를 허물었다. 특히 레프트 자원은 다른 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대한항공은 신영수, 김학민, 곽승석, 정지석 등 훌륭한 레프트 자원이 넘친다. 시즌 초반에는 신영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주로 김학민과 정지석 조합이 코트에 나섰지만 2016년 막판부터 신영수가 살아나 선택지가 더 넓어졌다
특히 김학민의 체력 안배가 필요한 상황에서 신영수의 부활은 마냥 반갑다. 신영수는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던 우리카드전에서 13득점으로 예열을 마쳤다. 그리고 5일 2017년 첫 경기였던 NH농협 2016~2017 V-리그 한국전력전에서 17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블로킹도 5개나 잡아내며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후반기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서라도 이 4명의 레프트 활약이 절실한 대한항공이다.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서 김학민과 정지석 조합을 쓴다면 신영수 곽승석 조합은 리시브의 안정감과 높이를 보강하는 수비로 활용 가능하다. 그렇다고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신영수와 곽승석도 한 번 터지면 막기 까다로운 스파이크를 구사한다.
대한항공을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경기를 앞두고도 어떤 선수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수시로 선수 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에 작전 변경도 불가피하다.
박기원 감독 역시 든든한 레프트 자원 덕에 행복함에 젖었다. 박 감독은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세운 계획이 있었지만 조금 늦게 실행된 감이 있다"면서도 "어떤 선수를 기용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은 맞다"고 웃음을 지었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과 선수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박 감독은 베테랑 신영수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요즘 신영수 컨디션이 좋다. 5라운드 초반까지 버텨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며 "신영수가 들어오면 공격의 다양성을 조금 잃는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심플하게 자기 몫을 다해주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황금 레프트 라인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신영수도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다. 특별히 안좋은 상태도 아니다"라면서도 "이 상태가 앞으로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레프트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세터 한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각 선수에 맞게 안정적인 토스를 배달하는 한선수는 대한항공에 없어선 안될 핵심 전력이다. 한선수가 없다면 4인의 레프트도 제 기량을 뽐내기 힘들다.
박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안정적인 세터가 코트 안에서 풀어주는 것은 굉장히 크다"며 "다만 한선수는 지금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체력관리에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탄탄한 전력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대한항공. '레프트 풍년'에 그 어느 때보다 우승 기운이 가득한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