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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싱거운 독주' 다른 팀은 왜 못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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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의 싱거운 독주' 다른 팀은 왜 못 이길까?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 (사진=WKBL 제공)

     

    우리은행의 독주가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가 처음 팀을 이끈 2012-2013시즌부터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런데 올 시즌 기세는 더 무섭다. 23경기를 치른 동안 단 한 차례만 졌다. 어느덧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가 '1'. 25일 삼성생명이 KDB생명이 지면 25경기, 삼성생명이 이겨도 27일 삼성생명과 맞대결을 잡으면 26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다.

    기록 경신도 보인다. 역대 최소 경기 정규리그 우승은 우리은행이 지난 시즌 기록한 28경기(24승4패). 또 신한은행이 2008-2009시즌 40경기 체제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승률(92.5%) 경신도 가능하다. 현재 우리은행의 승률은 95.7%. 남은 12경기에서 딱 한 번만 패하면 기록을 깬다.

    당연히 여자농구는 재미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관중도 같은 기간 대비 2만명 가까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이기는 팀은 우리은행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안 지는 것이 아니다. 23경기 평균 득실차가 15.9점이니 경기 내용도 싱거울 수밖에 없다.

    1~4라운드 MVP도 3라운드 김단비(신한은행)를 제외하면 존쿠엘 존스, 임영희, 박혜진 등 모두 우리은행 몫이었다.

    ◇우리은행의 독주는 '땀'의 결과

    2012년으로 돌아가보자.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 합류 전까지 우리은행은 4시즌 연속 꼴찌였다. 2006년 겨울리그 우승팀이 단숨에 추락했다.

    우리은행이 준 변화는 딱 하나였다. 이렇다 할 선수 영입도 없었다. 결국 코칭스태프였다.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 그리고 박성배 코치까지 합류하면서 '꼴찌' 우리은행이 달라진 셈이다.

    첫 스텝은 패배 의식 지우기. 위성우 감독은 "당시 선수들의 패배 의식을 없애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은행은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전술을 소화하려면 기본적으로 체력이 필요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우승 후 "지나가던 개가 부러웠다"고 할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덕분에 우리은행은 강력한 수비를 보유하게 됐고, 정상까지 섰다. 비시즌 흘린 땀의 결과였다.

    사실 올 시즌은 나머지 5개 팀에서 우리은행을 잡을 절호의 기회였다.

    주전 가드 중 하나였던 이승아가 임의탈퇴로 팀에서 나갔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도 5순위였다. 주전 센터 양지희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오히려 더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만년 꼴찌를 우승팀으로 바꾼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WKBL 제공)

     

    ◇5개 팀은 왜 우리은행을 못 이길까

    우리은행의 진짜 강점은 수비다. 2014-2015시즌부터는 득점도 1위지만, 우승을 차지한 첫 두 시즌에는 득점 1위가 아니었다. 대신 체력을 앞세운 압박 수비와 똑 부러지는 지역방어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기복이 없는 이유다.

    우리은행의 수비를 못 깨는 것은 선수들의 기량, 감독들의 전술 모두 문제다.

    먼저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 전주원 코치나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 박정은 전 삼성생명 코치, 최근 은퇴한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등 특출난 선수들이 부족한 현실이다. 개인 기량으로 상대 수비를 깰 수 있는 선수들이 없다.

    올 시즌 여자농구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를 꼽자면 단연 김지영(하나은행)이다. 프로 2년 차임에도 주축 선수로 성장해 맹활약 중이다.

    위성우 감독도 김지영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동시에 한숨도 쉰다. 바로 최근 몇 년 동안 은퇴한 선수들 이후 특급 선수들이 없었다는 씁쓸함이었다. 여자농구의 현실이다.

    위성우 감독은 "예전에는 언니들에게 수에서 밀렸다. 아무리 잘해도 언니들이 다음 동작까지 읽고 막는다. 지금은 노련한 선수가 없다"면서 "만약 이미선 같은 선수가 뛰면 김지영을 멘붕으로 만들 것이다. 현재 다른 구단에는 김지영을 누를 선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감독들도 공부가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여자농구 같은 경우 사실상 프로에 와서 지역방어를 배운다. 결국 감독들이 확실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수"라고 강조했다. 물론 젊은 지도자들의 합류로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무엇보다 여자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여자농구 감독들은 "여자 선수들은 자기보다 잘 하는 선수를 만나거나, 언니들을 만나면 스스로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경쟁에 밀려 이적한 선수가 이적 후 맹활약하다가도 우리은행만 만나면 기가 죽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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