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의 초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기준 표본조사 결과 약 695만명이 포켓몬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 300만명까지 보수적으로 집계하면 약 9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고 이용자들은 온라인에 공개된 포켓몬고 지도를 활용해 포켓스탑을 순례하며 포켓볼 등 아이템과 포켓몬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정 레벨이 상승할수록 다양한 포켓몬이 나타나는 특성 때문에 초기 이용자들은 레벨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망나뇽과 같은 특별한 포켓몬이 출몰하는 장소가 알려지면 집중적으로 이용자들이 몰리기도 한다.
◇ 일부 포켓몬고 이용자들 포켓몬 잡으려 극성일부 '포켓몬 성지'로 떠오른 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안전이나 시설 이용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안내방송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보라매공원에는 포켓몬고 이용자들에게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보라매공원은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고 자전거나 퀵보드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행인들 간에 늘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인근 상권과 도로 주변에도 포켓스탑이 몰려 있어 최근 증가한 포켓몬고 이용자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보라매공원을 관리하는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최근 보라매 공원에서 삼삼오오 포케몬고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아이 등 가족단위 이용객과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곳이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면서 시설 이용이나 안전에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보라매공원 안전사고 유의 플래카드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걸어다니는 곳이 모두 문화재라고 할 만큼 보물이 많은 경주지역은 극성 포켓몬고 이용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주시내 여타 포켓스탑 지역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것과 달리 성덕대왕신종과 고선사지삼층석탑이 경내에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은 20여개의 포켓스탑과 2개의 체육관이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어 포켓몬고 이용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저녁 6시 이후에는 박물관 폐관에도 불구하고 이들 포켓스탑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최근 다소 줄었지만 폐관시간 이후에도 매일 300여명이 몰려 늦은 밤까지 포켓몬을 잡기 위해 박물관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포켓몬고 출시 이후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곳까지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 안전에 유의하는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방송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폐관 이후에도 사람들이 경내 담 주변을 서성이는 경우도 있고, 심야에 잘 보이지 않는 공사장이 있어 안전을 위해 금줄을 치고 밤 늦게까지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절기 비수기임에도 관람객이 더 늘고 있어 박물관 측은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경주박물관 포켓몬고 안전 유의 플래카드
국립경주박물관 정문주차장 야간 cctv촬영 장면. 박물관 폐관 이후에도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박물관 담 등에서 서성이고 있다. (사진=경주박물관 제공)
◇포켓스탑 몰린 국립묘지·경복궁 분위기 해칠까 노심초사역시 포켓스탑이 몰려있는 경복궁과 국립현충원도 정숙한 분위기를 해치고 안전 문제가 발생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동작구는 한강 이남지역에서 강남지역과 함께 포켓스탑과 체육관이 집중적으로 분포된 지역으로 꼽힌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관통하는 이 지역은 주택단지, 녹지공원, 대학가는 물론 학원가와 수산시장 등이 밀집한 노량진, 국립현충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현충원은 최근 '포켓몬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현충탑 등 각종 기념 조형물이 즐비해 포켓스탑만 60여개가 몰려있는 곳이다. 이때문에 현충원 측에서는 경건한 분위기를 해칠까 우려하고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방문객이 크게 증가하거나 유의미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면서도 "최근 '현충원이 포켓몬 성지'라는 등의 보도가 나와서 좀 우려된다. 순국선열이 안장된 곳으로 정숙해야 할 장소에서 분위기를 해치게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포켓스탑이 몰려있는 경복궁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최근 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관람객은 전년대비 크게 감소했다. 문화재가 즐비한 경복궁에는 포켓스탑 70여개가 몰려있다.
문화재청 산하 경복궁 관리처 관계자는 "포켓몬고로 인한 관람객 증가세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1월 설 연휴가 있었지만 최근 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 관람객이 크게 줄어 포켓몬고 때문에 관람객이 늘었다는 유의미한 숫자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포켓몬고 포켓스탑과 체육관 위치도
이 관계자는 "문화재가 많아 포켓몬고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문화재 관리 특성상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많아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문화재 지역은 포켓몬고의 영향이 끼치지 않도록 제한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지역에서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게임을 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안내 플래카드를 걸거나 안내방송을 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다행히 이들 지역에 들어가지 않아도 주변 지역에 포켓몬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피해 내용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
◇ 아직 큰 피해나 사고는 없어…해외 사건사고 영향 끼친 듯국내의 경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치레 문화에 익숙한데다 이미 해외 뉴스를 통해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접하면서게임 이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식이 어느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고를 이용하고 있다는 강모씨(23·대학생)는 "주말동안 친구들과 포켓스탑이 많은 지역을 돌며 포켓몬을 수집하고 있지만, 굳이 눈치보며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아 관공서나 국립묘지 같은 곳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게임 이용자인 박주현씨(37·회사원)는 "주말에 약속 장소에서 잠깐 하거나 주로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잠깐씩 게임을 하기 때문에 날씨도 추워 멀리까지 원정을 다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겨울한파가 이어지는 동절기여서 활동성이 다소 떨어지고 시내 도심 구간에도 포켓스탑이 많아 특별한 포켓몬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외진 곳까지 이동을 삼가는 것으로 보인다.
◇ 포켓몬고 반짝 할까, 인기 계속 될까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켓몬고 게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게임업계에서 이렇다할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뉴스에서 보도되는 것 만큼 '열풍'으로까지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언틱이 3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다고 하는데, 뚜렷한 매리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시들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게임을 잘 만들었다기 보다 워낙 유명한 포켓몬 IP(지적재산권)를 사용해 초기 흥행에 성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속초 등 일부 지자체에서 관광자원화 움직임을 보였던 분위기도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최근 겨울 한파에 비수기인데다 실내에서는 GPS가 수신되지 않아 관광시설 이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빠른 레벨업에 집중하면서 포켓몬만 잡고 다른 포켓스탑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성 온천, 국립대전현충원, 엑스포공원, 정부청사 등이 몰려있는 대전시 관계자는 "포켓몬고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는 있지만 딱히 지역 관광상품으로 연계할만한 것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켓몬고는 서울 수도권이나 5대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지만 시외로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는 지역이 많아 '포켓스탑 양극화'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나이언틱은 오는 3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고 한 상태다. ▲유저간 포켓몬 교환 기능 ▲유저간 포켓몬 배틀 기능 ▲퀘스트 기능 ▲2세대 포켓몬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래픽과 지도·위치 데이터 업데이트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포켓몬고 이용 환경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