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볼티모어 김현수.(사진=노컷뉴스DB)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9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던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발걸음에 제동이 걸렸다.
김현수는 19~20일(한국시간) 2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좌타자 김현수가 결장한 이유는 간명하다. 상대 선발 투수가 모두 좌완이었기 때문이다. 19일 뉴욕 양키스전에는 C.C. 사바시아가, 2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는 맷 보이드가 각각 선발 등판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좌완 선발이 나올 때면 여지없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김현수는 올 시즌에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볼티모어는 이날까지 시범경기 23경기를 치렀는데, 상대 좌완 선발이 등판한 건 5경기였다. 김현수는 이 5경기에서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좌투수에게 강했던 김현수를 기억하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벅 쇼월터 감독의 이러한 처사가 야속하게 보일지 몰라도 메이저리그에선 최근 몇 년간 플래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 늘어나고 있다.
볼티모어 구단은 더더욱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볼티모어는 지난 시즌 좌완 투수를 상대로 한 타율이 0.234(29위)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나빴다.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 승률은 5할(23승 23패)로 정규시즌 승률 0.549(89승 73패)보다 낮았다.
특히 올 시즌에는 지구 우승 경쟁자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특급 좌완인 크리스 세일을 데려와 사정이 다급해졌다.
세일과 데이비드 프라이스, 드루 포머랜츠, 에두아르두 로드리게스 등 좌완 선발이 빼곡히 포진한 보스턴을 넘어서려면 좌완 약점부터 깨야 한다.
이는 볼티모어 구단이 비시즌 동안 외야 보강에 집착했던 배경이기도 했다.
김현수는 지난 시즌 좌완 투수에게 18타수 무안타로 철저하게 막혔다. 쇼월터 감독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김현수의 변신을 기대하기보다는 좌투수를 상대할 플래툰 카드를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번 플래툰 시스템이 적용된 선수가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김현수의 플래툰 파트너인 조이 리카드가 지금처럼 펄펄 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플래툰 겸 전천후 후보 선수로 기용된 우타자 리카드는 이번 시범경기 20경기에서 타율 0.343(32타수 12안타) 3홈런 7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현재 타율 0.250(40타수 10안타)인 김현수보다 훨씬 성적이 좋다. 리카드가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김현수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플래툰을 적용받을 공산이 크다.
결국, 해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적게나마 찾아올 좌완 투수 상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