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답답합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호준 회장(오른쪽)과 김선웅 사무총장이 3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불거진 '메리트 제도 부활 요청' 논란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프로야구 선수들은 서운했다. 가뜩이나 메리트(승리 수당) 제도가 없어져 상실감이 큰 마음을 구단이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전지훈련 격려비까지 반토막을 내면서 감정이 상했다.
최근 프로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메리트 부활 요청 논란'의 발단이다. 빈정이 상한 선수들은 구단 행사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선수들도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수백억 원을 펑펑 쓰면서 5000만 원 남짓 예산을 아끼자고 선수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구단이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이호준 회장은 30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언론 보도로 불거진 이른바 '메리트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일단 이 회장은 "모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10개 팀 주장이 '메리트 제도 부활'을 구단에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팬 사인회 등 구단 행사를 보이콧하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이런 기사가 얼마나 팬들을 실망시키고 선수들을 힘 빠지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프로 선수가 어떻게 팬들을 볼모로 그런 협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또 "10개 구단 주장들에 확인했지만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동석한 김선웅 협회 사무총장도 "애초 잘못된 소스로 기사가 나간 것 같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선수협이 구단에 행사와 관련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지 의견을 타진한 것은 사실이다. 이 회장은 "협상은 아니고 팬 사인회 등 행사에 대한 수당을 줄 수 있는지 구단에 물어본 것"이라면서 "그것보다 다른 업체의 스폰서 행사를 더 적극적으로 물어본 것이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어쨌든 연봉 외에 수당을 원하는 것은 맞다는 의견이다.
'섭섭해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호준 회장(오른쪽)과 김선웅 사무총장이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메리트 부활 요청' 논란과 관련해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선수들이 이렇게 의견을 내놓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단과 선수 사이의 정이 있었는데 이게 올해부터 사라졌다"고 운을 뗐다. 올해 전지훈련부터 구단이 선수들에게 지급해오던 격려금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40~50일 가족도 못 보고 고생하니 선물이라도 사가라는 보너스 형태의 금액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단장 회의에서 일괄적으로 금액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때도 예전에는 사과 박스든 선물 세트가 있어 선수들도 고맙고 정을 느낄 부분이었다"면서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 없어지면서 섭섭함이 생겼고 권익을 찾기 위해 구단에 얘기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지훈련 격려비는 100만 원 안팎이었지만 올해 절반으로 깎였다"면서 "선수단 전체로는 5000만 원 정도가 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해는 비활동기간 준수로 전지훈련이 보름 정도 늦어졌고, 공교롭게도 격려비도 50만 원 정도 줄어든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메리트가 없어졌는데 격려비까지 줄어드니 선수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각 구단들이 연봉 외에 지급하던 승리 수당을 엄격하게 규제했다. 선수들로서는 그동안 받아온 보너스가 사라져 피해 의식이 있었다. 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전지훈련 격려비까지 줄이면서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이 회장은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기를 바랐는데 구단이 그러지 않아서 보상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고 서운한 감정을 표현했다.
선수협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논란으로 많은 야구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100억 원을 훌쩍 넘긴 FA(자유계약선수) 몸값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부진에 따른 실력에 대한 거품 논란까지 일면서 선수들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FA 거품은 사실 성적에 목마른 구단의 과열 경쟁 탓이 컸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메리트 제도는 구단들이 먼저 시행한 편법이었다. 규약을 지키자는 움직임은 옳지만 선수들의 상실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격려비까지 줄인 구단의 선택은 비정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선수들의 행사 수당 요구도 팬들이 납득하기 어렵지만 수백억 원 예산의 1%도 채 되지 않는 돈을 아끼려고 이런 상황을 촉발시킨 구단의 선택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회장은 "어쨌든 야구 개막을 앞두고 이런 논란이 생겨 안타깝다"며 송구스러운 마음을 밝혔다. 오는 31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에 앞서 각 구단들도 이번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운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