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팬 상처를 지닌 세월호가 참사 3주기를 앞두고서야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을 떠안은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새 국면도 열렸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더 나은 세상으로 이어질 기억과 성찰의 길을 CBS노컷뉴스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자식 잃은 부모 물어뜯는 저들은 누구인가①-ⓑ 왜 우리는 한때 "세월호 지겹다" 외면했을까<계속>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가 지난 1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전남 목포신항의 세월호 수습 현장을 찾은 단원고 희생자 김도언 양의 어머니 이지성(4·16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 소장은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도 수습 현장에서 유류품을 보고 나왔어요.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이 차디찬 바닷물에 잠겨서, 배 안에 갖혀 있다 올라왔는데…."
이 소장은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우리 아이들 태우고 갔던, 우리 아이들 희생시킨 배가 3년 만에 돌아왔으니 저를 비롯해 모든 부모들이 '이제는 집에 가자'며 울부짖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때 잠시 (세월호를) 참관하고 나왔었죠. 다시 들어가려는 부모들을 막아선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잠도 천막에서 자고, 정부는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을 분리시키려 들고…. 2014년 4월 16일 이후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뀐 것이 없더군요. 모든 것이 그대로 재현됐으니까요."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의 아픔과 슬픔 속에서, 3년을 버텨 온 희생자 가족들을 향한 일부 단체의 도 넘은 물어뜯기 행태는 여전했다. 이 소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10일부터 17일까지 육필 기억시전 '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 전시를 하고 있는데, 박사모 회원들이 들이닥쳤다"며 말을 이었다.
"전시 이틀째인 11일이었죠. 지금도 전시는 하고 있지만, 작품이 훼손됐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정권이 바뀌는 과정이라고들 하지만, 박사모 회원들은 여전히 생명의 존엄성,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바람이 있을 텐데'라는 물음에 "처음부터 간절하게 외쳤던 미수습자들을 찾는 일과 진상규명은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세월호 추모 공간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안산 부지 선정이 계속 미뤄져 걱정이 크다"고 답했다.
"세월호가 인양됐으니 이제 우리 아이들을 모두 찾을 거잖아요. 3년 만에 올라오는 아이들까지 모두 함께할 수 있는 추모 부지 확보는 우리가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정부와 안산시는 부지 선정을 미루면서 유가족과 안산시민들을 또다시 분리시키고 있어요."
이 소장은 "우리 아이들을 희생시킨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으로 일어났다"며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아이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3년 만에 차디찬 바다에서 나온 아이들이 더 좋은 곳, 더 밝은 곳, 더 따뜻한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러한 슬픔이 없도록 기억하고 추모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이제는 희망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제발 도와 주세요."
◇ 세월호 가족을 '위로'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세력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프로젝트 '단원고 희생자 육필 기억시전'에서 한 관람객이 시를 읽다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줄기차게 혐오해 온 사람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맹목적이든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든 정권과 스스로를 동일시해 온 세력의 존재를 지목했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와 같은 불행한 사건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는 물론 상식을 지닌 사람들, 언론은 당연히 제대로 못하는 정부를 비판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일각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정치 이념과 연결시키는 흐름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부가 비난 받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피해 당사자들이 위로 받지 못한 채,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돼 버리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김태형(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일 텐데, 그들 입장에서는 유족들 자체가 미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권을 붕괴시킨 불씨, 기폭제로서 세월호 가족을 증오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인간애의 관점에서 세상을 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지지하고 강하게 믿는 사람을 건드리면 치고받는 광신도와 비슷한 심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 그들을 선동했던 면도 강하게 작용했다"며 "현 체제나 정권이 붕괴하면 자기들도 끝난다고 보는 공생 관계로 동일시하게 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한국 사회는 워낙 짧은 시간에 압축적인 근대화를 이뤘기에 민주공화국에 대한 표상, 실천의 양식은 세대간에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에서도 봤듯이, 특정 지역 사람들은 아직도 민주공화국 수준에 살고 있지 않다. 그렇게 일부 국민들이 여전히 봉건군주·군사독재 체제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당시 본인들이 누렸던 혜택들을 계속 부여잡고자 하는, 굉장히 과거회귀적이고 퇴행적인 방식이다."
이 교수는 "저들에게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는 절대군주다. 이것은 결코 이념적으로, 상식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분석할 대상이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며 "언론에서도 이를 '갈등' 양상으로 볼 게 아니라 '과연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나' '앞으로는 어떤 나라에 살고 싶은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저들의 반민주적인 태도가 역설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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