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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문턱 못 넘고 병 키우는 여성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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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인과 문턱 못 넘고 병 키우는 여성들…왜?

    (사진='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마지막 생리 시작한 날짜는 언제예요?" "가렵거나 질 분비물이 나온 적은 없고요?" "최근에 성관계 한 적이 있나요?"

    "산부인과 진료의 두려움을 깨고 싶다"며 생애 처음 산부인과를 찾은 20대 여성에게, 산부인과 전문의 최안나 씨가 건넨 물음이다. 다소 직설적인 질문에 당황하는 20대 여성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 씨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성관계가 없으신 분들은 보통 질로 검사를 안해요. 외음부만 관찰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 항문이나 배로 진찰을 하죠. 성관계가 있으신 분들은 남자의 성기와 접촉하기 때문에 (질 내부에) 외부 피부와 다를 바 없이 많은 염증이 생길 수 있거든요."

    문진을 마친 전문의 최 씨는 여성들 사이에서 '굴욕의자'라 불리우는 진료의자 앞으로 20대 여성을 데려갔다. 최 씨는 "(진료를) 봐야 하는 데가 그쪽(성기)이고 (다리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으면 질 속 경부까지 관찰이 어렵다"며 "불편하더라도 정확한 진찰을 위해서 해보자"고 충분한 설명을 이어갔다.

    오리주둥이처럼 생긴, 질 안을 보기 위한 의료기구인 질경을 손에 든 최 씨는 "성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질 속이나 자궁경부까지 봐야 해서 질경으로 검사를 하기도 한다"며 "닫혀 있는 질 입구를 열어줘야 안을 잘 볼 수 있다. 힘을 빼고 긴장 안하시면 금방 끝난다"고 전했다.

    이어 "겨울에는 (질경을) 따뜻하게 데워서 불편하지 않게 한다. 들어가는 입구에 윤활 젤을 발라서 불편하지 않게 한다"며 "질경은 한 환자당 하나씩 쓰고 바로 깨끗하게 멸균소독을 한다. 같이 쓰더라도 다 소독한 상태에서 쓰기 때문에 환자간에 감염 우려는 절대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 24일 밤 방송된 EBS 1TV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서 소개된 에피소드다. 산부인과 진료 시작 전 "미혼에 아이를 가졌을 때, 성병 때문에 오는 곳으로 (산부인과를) 알고 있다"고 말했던 이 20대 여성은, 진료를 모두 마친 뒤 "생각했던 것보다 편안하게 진료를 잘해 주셔서 제가 갖고 있던 편견도 많이 깨진 것 같다. 산부인과 진료도 다른 진료와 다를 바 없이 꼭 필요한 진료"라고 말했다.

    해당 에피소드를 본 MC 박미선은 "저렇게 친절하게 진료 과정이나 도구에 대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시니까 제가 환자였어도 굉장히 마음 편하게 진료를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산부인과 출입을 성적 문란함과 연결짓는 사회적 편견이 병 키워"

    (사진='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나는 오늘 쩍벌녀가 됐다'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까칠남녀'에서는, 오해와 편견 탓에 산부인과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여성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주제어 '쩍벌녀'는 산부인과 진료의자에 앉은 여성들이 굴욕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붙여졌다.

    성우 서유리는 "조사(한국여성민우회 2012년)를 해봤는데,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하는 연령대는 20대가 80% 정도를 차지했다"며 "생각보다 되게 늦다. 왜냐하면 초경을 시작할 때쯤 (산부인과) 검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데, 못 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방문을 한 주목적은 임신여부 확인이었다"고 덧붙여,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는 대다수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가지 않는다는 점을 알렸다.

    서유리는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조사(서울시여성가족재단 2012년)를 했는데, 10명 중 7명이 '아파도 산부인과에 가기 싫다'고 응답했다"며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인 것이 성인 여성 53% 이상이 생식기 건강에 이상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약을 먹는다든지, 참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의대 출신 기생충박사 서민은 "산부인과는 산과와 부인과로 나눠져 있다. 부인과는 질염을 비롯해 생리 관련 여러 질환을 (다루는 곳)"이라며 "사실 어떻게 보면 부인과 질환으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아야 되는데, 우리나라 여자들이 거기(산부인과)를 못 가기 때문에 병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은하선은 "독일에서는 15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이 산부인과 경험을 갖고 있다(독일연방 건강교육부 2007년)고 한다"며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정도만 되면 우리나라 실과 과목 같은 시간에 생리, 피임 관련 섹스 팁을 주는 책들을 통해 (성)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은하선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산부인과에 가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많은 파트너와 문란한 성경험을 한 것으로 보는 시선들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철학자 이현재는 "(산부인과 출입이) 부도덕함과 연결 되는 것이다. 처녀성 같은 것들이 굉장히 강조되기 때문"이라며 "결혼정보업체에서 워킹홀리데이나 유학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굉장히 평가절하한다. 어떻게 보면 거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여성암 7위 자궁경부암, 산부인과 안 가서 걸리는 후진국형 질환"

    (사진='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2016년 중앙암등록본부 조사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순으로 7위를 차지했다. 높은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우리네 부족한 산부인과 진료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은 "제일 안타까운 것이 자궁경부암은 원래 후진국형 질환이다. 우리나라 수준에서는 거의 없어야 한다"며 "이것은 검진만 제대로 하면 안 걸린다. 그런데 산부인과에 안 가기 때문에 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감독 봉만대는 "여성분들 산부인과 이야기할 때 '되게 가기 힘들어 하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남성분들도 (비뇨기과 갈 때) 똑같은 고민"이라며 "어떤 질병이 생겼을 때 과거에는 우스갯소리로 그냥 '마이싱(항생제) 먹어'라고 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가던 분위기가 있었다. 병을 더 키웠는데도 불구하고 (비뇨기과) 가는 것을 되게 수치스러워하고 부끄러워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민은 "원래 비뇨기과는 성기 중심의 그런 곳이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소변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요도, 그러니까 방광염, 전립선비대증, 요실금, 요로결석 같은 질환이 생겼을 때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정영진은 "과거 정신병원은 완전히 제정신 아닌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연예인들이 '나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과 다닌다'는 얘기를 방송에서 당당하게 한다"며 "그런(정신과 진료를 받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제는 너무 쑥스럽고 부끄럽고 모멸감 느낄 일이 아니잖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인식이 서서히 바뀌는 것처럼 산부인과 가는 것도 방송에 나오시는 여성분들이 떳떳하게 얘기해 주시면 사람들의 인식도 꽤 빨리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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