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원에게 축구대표팀은 축구선수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그는 한국 축구가 직면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고비에서 기회를 얻었다. 박종민기자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던 권경원(톈진 취안젠)의 축구 인생. 하지만 그는 이제야 고대하던 자신의 꿈을 이뤘다.
2013년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해 2년간 25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권경원의 인생이 달라진 건 2015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전지훈련을 떠나면서부터다.
전북 유소년 팀인 영생고 출신의 권경원은 189cm 84kg의 다부진 체격 조건을 앞세운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권경원은 전북과 연습경기를 치른 알 아흘리(UAE)의 코스민 올라로이우 감독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깜짝 이적했다. 이적료는 약 30억원 수준.
비교적 이름값이 덜했던 권경원에게 UAE 이적은 '대박'의 시작이었다. UAE 리그에 유럽 출신 선수가 많은 덕에 리그에서 수준급 기량을 선보인 권경원은 유럽 무대에도 자연스레 이름을 알렸다. 권경원은 알 아흘리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UAE 프로리그 우승 등 ‘꽃길’만 걸었다.
유럽과 중국 슈퍼리그의 러브콜은 당연했다. 결국 권경원은 2년 만에 몸 값을 4배 이상 끌어올려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으로 이적했다. 지난 1월 이적할 당시 이적료는 1100만 달러(당시 기준 약 133억원)으로 계약기간 5년에 연봉은 300만 달러(36억원)나 됐다.
1100만 달러의 이적료는 손흥민이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 핫스퍼(잉글랜드)로 이적할 당시의 3000만 유로(약 37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눈여겨본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슈퍼리그로 승격과 함께 권경원을 영입했다.
권경원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특별히 돋보이지 않아도 묵묵히 최선을 다했던 마음가짐을 꼽았다. 박종민기자
이후 슈퍼리그가 갑작스레 아시아 쿼터를 사실상 폐지하고 외국인 선수의 출전 쿼터를 조정하는 가운데 권경원은 묵묵히 자기 역할에 집중했다. 대표팀 경험은 없었지만 권경원은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수비수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칸나바로 감독의 든든한 지원은 권경원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드높이는 것과 달리 대표팀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권경원이지만 한국 축구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회가 왔다.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 10차전을 앞두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이 권경원을 호출했다. 그렇게 권경원의 생애 첫 축구대표팀 합류는 결정됐다.
21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권경원은 잔뜩 상기된 모습이었다. ‘미지의 세계’였던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수많은 미디어와 축구팬 앞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권경원에게는 축구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권경원은 대표팀을 “지금까지 잡고 싶었는데 잘 안 잡혔다”고 표현했다. 이어 “지금도 잡았다고는 말 못 한다. 이번에 제대로 품고 싶다”고 진지한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구대표팀의 첫 훈련. 모든 것이 낯설었던 권경원이지만 표정은 밝았다. ‘은퇴하기 전까지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갈 수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동경했던 축구대표팀의 일원이 된 자신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한 시간 남짓의 훈련을 마친 권경원은 가장 밝은 표정으로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축구대표팀에 처음 발탁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를 찾은 2017년 8월 21일은 권경원(왼쪽)의 축구 인생에서 새로운 장이 열린 순간이다. 박종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