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박종민 기자)
8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홈 경기.
26명이 전부 모인 28일 훈련부터 전력을 꼭꼭 감췄던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원톱으로 세우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황희찬의 좌우에는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전북)이 서고, 권창훈(디종)이 공격을 조율했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손흥민은 잉글랜드, 이재성은 한국, 권창훈은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그야말로 다국적 공격진이었다.
문제는 호흡이었다.
K리그에서 뛰는 이재성은 21일 조기소집됐지만, 황희찬과 손흥민, 권창훈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소속팀 경기를 마치고 경기 사흘 전인 28일에서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사흘이라는 시간, 정확히 따지면 사흘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유럽파들은 귀국일인 28일 정상적인 훈련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경기 전날인 30일에는 선수단 전체가 워밍업 수준의 훈련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란전 선발로 나선 공격진들이 흔히 말하는 전술적인 훈련을 한 것은 29일 하루가 전부였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의 동의를 얻고 21일 조기소집을 실시했다. 이재성을 비롯해 염기훈(수원), 김신욱, 이동국(이상 전북), 이근호(강원) 등 공격 자원들도 일찌감치 대표팀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다국적 공격진으로 이란에 맞섰다. 결과는 실패였다. 후반 이란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0-0 무승부에 그쳤다. 공격진의 호흡은 엉망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이란전 후 "사실은 하루 정도 밖에 훈련을 못했기에 손발을 맞추기 힘들었다. 실질적으로 오늘 뛴 공격라인은 28일 소집해 29일 하루 훈련했다. 경기 전날은 워밍업 수준으로 30~40%만 한다"면서 "하루 만에 손발을 맞추려했던 것은 부족했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시간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다국적 공격진을 꾸린 이유는 있었다. 조직력보다는 개인기를 통해 앞선부터 이란을 흔들겠다는 복안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수는 조직력보다 개인 능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 그리고 이재성으로 준비했다"면서 "1선에서부터 많이 뛰어줘야 한다. 어쨌든 90분을 앞에서 부숴줘야 수비라인도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공격 라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구상대로 흐르지 않았다. 한국이 때린 슈팅 중 골문 안으로 향한 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뭔가 만들어내기에 사흘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