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 예산 정국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청와대와 정치권의 향후 협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여부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도 대통령 직권으로 고위공직자가 임명된 사례가 많아 정치권 안팎과 청와대 내부에서도 홍 후보자 임명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중심에 둔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증세 논의, 부동산 대책, 적폐청산 등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입법 추진 과정에 야당의 협조는 필수여서 자칫 '살얼음판'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는 일단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20일까지 채택해달라고 국회에 재송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자 "대통령은 국민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임명권 행사를 예고했고 실제로 강 장관을 임명했다.
장관 후보자 지명과 기초적인 검증은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이 하지만 미처 걸러내지 못한 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뤄지고, 또 언론 등을 통해 추가 검증하는 전반적인 과정 전체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이라며, 별다른 부적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만료 다음날인 21일 중기부 장관 임명이 강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청와대 내부 기류 역시 임명 강행쪽에 무게가 실린다.
새 정부 들어 신설된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인선하기 위해 그간 50명이 넘는 인사들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졌고, 박성진 전 후보자 낙마 이후 이렇다할 전문성을 갖춘 현장 적임자를 더이상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고려됐다.
또 홍 후보자의 세대를 뛰어넘는 부동산 증여 등 각종 의혹 제기는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됐고, 중기부 장관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점 등이 임명 강행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최근 "국회의 판단을 겸허하게 기다리면서 국회가 지혜롭게 결단할 것을 요청한 시기"라며 "채택 여부와 관련해 결과를 예단해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한 점도 중기부 장관 인선을 마지막으로 새 정부 조각을 완성하기 위해 청와대가 최선을 다 했다는 명분을 쌓으려는 사전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당이 홍 후보자 임명 강행을 협치 포기로 보고 공세를 예고한 만큼, 이번 주 예산안 정국 속에 청와대와 정치권의 냉기류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 표결과 황찬현 감사원장 퇴임에 따른 후임자 지명 등 정치 일정도 빼곡해 야당의 반발은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 후보자 임명 강행을 예산투쟁과 곧장 연결시킨 한국당은 공무원 증원과 영세사업장의 최저임금 보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등을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하고 삭감을 벼르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향후 헌재소장 표결 과정에 반대하는 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막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여기에 당장 야당의 반발을 달랠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가 전병헌 전 수석의 사퇴로 공석이라는 점도 청와대와 야당간 긴장 수위를 더욱 높일 수 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