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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속도 내는 정부, 현장 목소리는 '정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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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팀 속도 내는 정부, 현장 목소리는 '정면 반박'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의

    지난해 4월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대회’ 남북전이 끝난 뒤 함께 사진을 찍는 두 나라 선수들의 모습. 황진환기자

     

    ‘이상’과 ‘현실’의 온도차는 너무나 분명했다.

    지난해 6월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평화 올림픽’을 위해 북한의 참가를 추진하며 가장 대표적인 실천 과제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 분산개최와 올림픽 성화의 북한 봉송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단순한 가능성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무주의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를 찾아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 등을 제안했을 때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실제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해당 논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이 없었던 탓에 2018년 새해가 밝은 시점까지도 북한의 2018 평창 올림픽 출전은 불투명했다.

    국면이 전환된 것은 지난 9일이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공식화되며 개막식 동시 입장과 한반도기 사용 여부, 그리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이 빠르게 논의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메달권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해 23명으로 경기하는 타 팀보다 많은 구성으로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진환기자

     

    정부는 ‘평화 올림픽’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위해 개막식 공동 입장과 한반도기 사용,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이 함께 올림픽에 등장하는 모습, 그리고 남과 북이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우는 단일팀 구성만큼 ‘평화 올림픽’을 분명하게 보여줄 장면은 없기 때문이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5일과 16일 차례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당위성을 부르짖었다. 특히 우리 선수단의 피해가 없다는 점을 상당히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특히 지난 4년간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구슬땀을 함께 흘렸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회 준비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말았다.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뒤 짧은 휴가를 보낸 뒤 귀국한 새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회가 임박해 단일팀 구성을 논의한다는 자체를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며 기존 선수와 팀에 미칠 악영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 개막이 임박해 새로운 선수의 합류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며 만든 조직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북한 선수의 합류가 합류한다면) 다른 지도방식과 경기 방식 등의 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금껏 올림픽 출전을 위해 노력한 덕에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우리 선수들에게 그저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하자는 말을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크게 아쉬워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지난 4년간 함께 피땀을 흘렸다. 하지만 북한과 단일팀 추진으로 그간의 노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펼칠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위기다. 황진환기자

     

    ‘평화 올림픽’이라는 대의를 위해 일부 몇 명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의 출전 시간 감소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과 싸움을 극복하며 꿈을 위해 노력해온 선수들에게는 희망을 꺾는 것과 다르지 않을 고통이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참가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쓴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인용해 역대 최고 성적과 함께 귀국한 청각장애인 선수들의 노력을 치하했다.

    당시 도 장관은 “온 힘을 다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노력만으로도 모두가 이미 메달리스트”라고 격려했다.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들을 향한 최고의 칭찬이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도 장관은 180도 달라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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