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민수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최종 점화자에 성화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민수는 가느다란 로프에 의지한 채 눈이 내려 미끄러운 슬로프를 천천히 걸어오르며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황진환기자
많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 성화봉송. 하지만 실상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각종 국제대회의 개회식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피날레를 장식하는 성화 점화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의 최대 관심사 역시 마지막 성화의 점화 방식과 점화자였다.
앞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은퇴 후 다시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에 나서는 깜짝 점화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때문에 평창 동계패럴림픽도 성화 점화자와 그 방식이 상당히 관심을 모았다.
결국 공개된 것은 이번 대회에 나설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장애를 극복한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달항아리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시나리오였다. 특히나 최종점화자였던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서순석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컬링 은메달리스트 김은정보다 이들에게 성화를 전달한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민수의 모습이 더 큰 감동을 안겼다.
현장에서 개회식을 지켜본 많은 관람객은 물론, 취재석에 있던 많은 외국 취재진도 한민수가 가느다란 로프에 매달린 채 성화를 가방에 부착하고 가파른 슬로프를 천천히 걸어오르는 모습에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민수의 감동적인 성화 봉송은 많은 국민에게도 화제가 됐다.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눈이 내리는 가운데 가파른 슬로프를 오르는 일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민수에게 분명 두려운 일이었다. 황진환기자
10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일본을 4-1로 대파한 뒤 만난 한민수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자신의 세 번째 동계패럴림픽 출전이자 은퇴 무대가 될 이번 대회의 첫 단추를 기분 좋게 끼웠다는 안도감이 그를 활짝 웃게 했다.
한민수는 “나가노컵에서 일본을 9-1, 5-0으로 이겼던 만큼 혹시라도 방심해서 게임을 망칠까 싶어 모두가 방심하지 말자고 했다”면서 “무조건 이겨야 했던 경기라 승리 후 라커룸은 금메달을 딴 것처럼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쁨은 지금 이 순간만 즐기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승리도 승리지만 한민수에게 전날 성화봉송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민수는 자신의 성화봉송을 “부담스러운 자리였다”고 말했다. 최종 점화자로도 고려됐을 만큼 중요한 역할이었다.
더욱이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리허설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개회식 당일까지도 날이 궂어 가파른 슬로프에 매달린 채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양재림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를 기다리는 동안 애를 먹었다. 미끄러운 슬로프를 왼쪽의 의족과 함께 오른다는 것도 힘겨운 도전이었다.
“마지막 무대라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고 성화 참여를 결정한 이유를 밝힌 한민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겨주셔서 굉장히 망설였다. 선수단 전체가 굉장히 열심히 하는데 내가 다른 걸 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리허설도 쉬는 날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귀한 자리를 내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박수칠 때 떠나라고 이제 마지막 은퇴 무대인데 목표까지 이룬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선보였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 한민수는 자신의 세 번째 동계패럴림픽 출전인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메달이라는 확실한 성과와 함께 은퇴를 목표로 한다. 황진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