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10홈런을 터뜨린 두산 주포 김재환.(사진=두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kt의 시즌 8차전이 열린 14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외야수 김재환(30)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땀 범벅이 됐지만 김재환의 표정은 밟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춤했던 올 시즌 초반과 달리 6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개막 후 4월까지 29경기 타율 2할6푼5리 8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준수했지만 타율이 조금 낮았다. 5월에는 23경기 타율 2할9푼7리 4홈런 19타점으로 홈런이 살짝 부족했다.
하지만 6월 김재환은 최근 2시즌 리그를 호령하던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13일까지 김재환은 11경기에서 타율 3할9푼1리에 9홈런 18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1일 KIA전부터 8일 NC전까지는 역대 최장 2위인 7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그 기간에만 9방을 터뜨렸다.
아쉽게 이대호(롯데)의 역대 최장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김재환은 이후에도 매 경기 안타를 때려냈다. 6월 11경기에서 18안타를 날렸다.
김재환은 "사실 5월까지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면서 "그런데 양의지 형 등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 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처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스트레스도 적잖게 받았다"고 털어놨다. 팀의 4번 타자이기 때문이다.
6월 맹타에 본인도 흐뭇하다. 김재환은 "이제 완전히 감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맹활약에 김재환은 생애 첫 태극마크도 달았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신중한 자세다. 김재환은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실감은 나지 않는다"면서 "최근 타격감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kt와 홈 경기에서 2회 2점 홈런을 날린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사진=두산)
김재환의 상승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8일 NC전 이후 주춤했던 홈런포를 다시 가동했다. 여기에 레이저 송구와 포구 등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이날 두산은 출발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이후 복귀전에 나선 선발 장원준이 멜 로하스 주니어의 3점포 등 1회만 4점을 내줬다.
하지만 2회 두산은 1위의 저력을 드러냈다. kt 선발 금민철이 1사 뒤 3연속 볼넷으로 흔들리자 정진호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따라붙었다. 이어 허경민의 좌선상 2타점 2루타, 최주환의 희생타, 박건우의 적시타로 5-4 역전을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김재환이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어진 2사 1루에서 김재환은 금민철을 2점 홈런으로 두들겼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시속 133km 속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겼다. 바깥쪽 낮게 제구된 공을 결대로 밀어친 기술적인 홈런이었다.
시즌 22호. SK 제이미 로맥과 홈런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날 24호 홈런을 날린 최정(SK)에 2개 격차를 유지했다. 이 한 방으로 두산은 7-4로 달아나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수비에서도 김재환은 공헌했다. 좌익수로 나선 김재환은 3회 1사에서 상대 윤석민의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잡아 곧바로 2루로 송구했다. 담장을 맞고 흐른 타구를 잡아서 던지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수비와 2루수 오재원의 절묘한 태그로 윤석민은 아웃됐다.
전날 수비의 아쉬움을 말끔하게 씻었다. 김재환은 7-5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도 오준혁의 좌중간 깊숙한 타구를 잘 잡아냈다. 다만 김재환은 7회말 2사에서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두산은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6회 장원준을 이은 김승회가 이진영의 2루타 등으로 승계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고, 8회 김강률이 박경수에게 동점 1점 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두산은 강했다. 8회말 2사 2, 3루에서 대타 류지혁의 2타점 적시타로 9-7 리드를 되찾았다. 결국 두산은 9회초 kt 공격을 1점으로 막아내며 9-8로 이겼다. 올 시즌 팀 최다 타이인 8연승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