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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족 스포츠' 씨름은 남북체육교류에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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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민족 스포츠' 씨름은 남북체육교류에서 빠졌나

    '민족 스포츠의 대명사' 씨름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민족이 즐겨온 전통의 스포츠지만 최근 남북 체육 교류에서는 빠져 있었다. 그러나 대한씨름협회는 다른 방향으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보은단오장사대회 경기 모습.(사진=대한씨름협회)

     

    지난 18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에서는 통일농구 부활과 아시안게임 공동 입장 및 단일팀 구성 등이 논의됐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통일농구가 북한에서 펼쳐지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들이 하나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물론 당초 탁구, 농구, 유도, 카누, 체조, 정구, 조정 등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 의사를 보인 종목들 모두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엔트리 확대 등의 문제로 카누 정도만 단일팀을 구성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에 체육도 힘을 보탠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은 체육회담이었다.

    남북 체육 교류에서 다만 사뭇 의아한 것은 씨름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씨름은 한국 전통의 민족 스포츠로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겼던 씨름은 남북한 모두 계승돼온 종목이다.

    특히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전통 문화로서도 가치가 있는 씨름이다. 지난해 씨름은 국가무형문화재 131호로 지정됐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런 씨름에서 남북 체육 교류가 이뤄진다면 대외적인 명분과 실리, 의미가 적잖을 터였다.

    하지만 씨름은 남북 체육 교류 훈풍에서 비켜나 있었다. 또 다른 민족 스포츠 태권도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합동 공연을 펼치는 등 교류를 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왜 씨름은 남북 체육 교류에서 소외됐던 것일까.

    남한에서 씨름은 80~90년대 최고의 스포츠로 꼽혔다. 2000년대 들어 인기가 주춤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장사대회가 열리고 있고, 최근에는 여자 씨름이 인기몰이 중이다.

    씨름진흥법에 따라 약 40억 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회 유치에 적극적이다. 'IBK기업은행 2018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가 열리는 충북 보은군 정창혁 군수도 지난 18일 씨름이 날 행사에서 "8년째 대회를 열고 있지만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 역시 씨름이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최근에도 실제 황소를 걸고 씨름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한국 씨름의 가장 오래된 역사적 기록은 고구려 도읍지였던 환도성 자리 각저총 벽화다. 옛 고구려인의 전통을 잇고 있는 북한 씨름이다.

    씨름은 일반인들도 즐겨 할 수 있는 국민 스포츠로 꼽힌다. 지금도 단오 등 명절 때는 씨름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자료사진=노컷뉴스)

     

    이처럼 남북한 모두 씨름이 활성화돼 있지만 교류는 어떨까. 아쉽게도 현재는 남북한 씨름이 이렇다 할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협회 사이에 의견을 주고받을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까닭이다.

    협화 관계자는 "사실 다른 종목들은 국제대회가 있어 해외에서 북한 측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씨름은 그렇지 않아 북측과 연락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전격 성사됐던 것도 남북한 협회 관계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씨름에서도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제주에서 열린 남북민족통일 평화체육문화축전 때였다. 당시 북한 씨름도 행사에 참가하면서 대한씨름협회와 남북한 교류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성사되진 못했고, 이후에는 이런 식의 교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북측에서 상당액의 돈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도 남북한의 손발이 잘 맞지는 않았다. 협회는 남북한 공동 등재를 추진했지만 북한 측에서 단독으로 등재에 나섰던 것. 물론 북한의 도전은 무산됐지만 쉽지 않은 씨름의 남북 교류를 보여준 사례다. 일단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에 단독 등재를 추진 중이다.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하지만 남북한 씨름 교류가 향후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사실 협회는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북측과 교류를 추진했다. 정인길 협회 씨름발전기획단장은 "정부의 체육 교류는 탁구, 농구 등 올림픽 종목에 집중돼 있다"면서 "그래서 씨름 교류는 민간단체로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과도 접촉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 단장은 "중국 개인업체를 통해 북한 씨름 관계자들과 연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심양 등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와 만나면 올해 교류전 추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문체부에도 이와 관련한 상황을 알리고 통일부 등의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족 전통의 스포츠로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씨름. 과연 최근 훈풍이 불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15년 만의 교류가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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