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김학범 감독은 혼란스러운 대회 전반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목표를 위해 준비를 늦추지 않겠다는 분명한 각오다.(사진=대한축구협회)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신경 안 쓰고 우리가 해야 할 것만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적어도 남자축구만큼은 ‘아수라장’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이다. 당초 지난달 5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전달한 24개국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4개국을 한 조에 두는 6개 조 추첨을 마쳤다.
하지만 뒤늦게 아랍에미리트(UAE)와 팔레스타인이 참가신청을 하고도 조 추첨에서 제외된 사실이 밝혀지며 기존 조 추첨 결과를 무시한 채 새로 조 추첨을 하기로 결정했다가 다시 추첨을 통해 UAE와 팔레스타인을 기존 조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결국 UAE가 한국이 속한 E조에, 팔레스타인이 A조에 추가됐다.
UAE의 가세로 조별예선을 한 경기 더 치르게 된 ‘김학범호’는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을 대비해 오는 9일로 예정됐던 이라크와 국내 평가전을 취소하고 처음 구상했던 일정보다 일찍 인도네시아 현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변경된 일정에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베로나) 등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의 현지 적응이 더욱 어려워졌다.
혼란스러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태는 조 추첨 해프닝이 끝이 아니었다. 서아시아의 축구 강국인 이라크가 서아시아축구연맹이 주관한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던 16세 이하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의 나이를 속인 것이 적발되며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동메달을 가져갔던 만큼 대회 참가 여부는 메달 경쟁에 큰 변수가 분명하다. 불참하기로 했다던 이라크는 오래지 않아 아시안게임에 정상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마저도 번복됐다는 소식이 재차 나오며 이라크가 속한 C조가 중국, 동티모르, 시리아만 경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이럴 경우 인도네시아와 홍콩, 라오스, 대만, 팔레스타인이 속한 A조와 한국, 키르키스스탄, 말레이시아, 바레인, UAE가 속한 E조가 조별예선 4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나 이라크가 빠진 C조는 2경기로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고온다습한 현지 환경을 고려하면 A조와 E조는 C조와 비교하면 상당한 불이익이다.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김학범 감독은 거듭되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무더위를 피해 다소 늦은 오후 6시 훈련을 선택한 김학범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협회가 나서도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AFC도 하는 게 없다”고 현 상황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